진실과 거짓

세월이 참 빠르다. 벌써 16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다시 그때의 추억을 되살려본다.

2004년 12월 18일 나는 금강산 만물상 정상에 올랐다. 금강산은 정말 아름다웠다. 107구비나 된다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처음부터 매우 가파른 등산길이었다. 조금 올라가니 기암절벽이 나타났다. 일만이천봉이 눈앞에 펼쳐졌다.

황홀한 느낌이었다. 내 생애에 금강산 경치를 구경하다니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감쌌다. 맑은 공기를 쐬니 오장육부가 다 시원하다. 산꼭대기에 서서 맞는 시원한 바람! 가슴 속에 남아있는 찌꺼기가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세상의 모든 거짓이 짓밟혀 사라지는 곳이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거짓을 벗어던지고 진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 것 같았다. 만물상은 나이 들어서는 올라가기가 힘든 코스였다. 가파른 철계단을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힘들게 등산한 만큼 보람도 컸다. 입구에 내려와 들이킨 북측 막걸리 맛이 별미였다.

진실은 소중하다. 진실을 밝히는 일은 중요하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은 절대로 필요하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세상에는 왜 이렇게 거짓이 많은 것일까?

어떤 말이 사실이고 어떤 말이 거짓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선과 악의 구별은 무엇인가? 반드시 선이 이기는 것인가? 진실이 반드시 거짓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인가?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교활한 사람들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진실을 왜곡시킬 수 있다. 많은 경우에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넘어간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다. 인류 역사상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억울하게 징역을 산 사람은 한 없이 많다.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도 사기범을 처벌하지 못한 사람은 부지기수다. 모든 것이 인간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 왜곡되는 것에 항의하면서 목숨을 건다. 세상의 모든 억울함은 이처럼 진실이 왜곡되고 은폐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진실은 따로 있는데 거짓말로 호도하고, 은폐하면서 다른 것을 진실이라고 우길 때 사람들은 말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 억울함은 죽을 때까지 한으로 남는다.

사기사건의 본질은 거짓말로 상대방을 속이는데 있다. 속임수로 상대방의 재산을 빼앗는다. 사기범은 사기칠 때 거짓말로 속인다. 나중에 수사를 받게 되면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처음과 나중에 서로 다른 거짓말을 한다.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다. 피해자는 교활하고 영리한 사기범을 상대로 사기범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사기범이 했던 거짓말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기범은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 다른 교묘한 이유를 들어 처음에 했던 거짓말을 은폐하고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사실이고 누구의 말이 거짓말인가? 이것을 밝히는 과정이 수사고 재판이다. 물론 피해자가 거짓말로 꾸며 다른 사람을 사기범으로 모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른바 무고사범의 경우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어느 경우가 더 많겠는가? 99%는 피해자가 피해를 당했으니까 사기범을 고소했을 것이고, 사기범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니까 또 다른 거짓말로 빠져나가려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많은 경험이 축적된 경험의 법칙이라고 보아야 한다.

물론 검사에게 사기죄의 입증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형사소송법상의 이념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는 피해자가 사기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사는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한다. 무책임하게 사건을 종결해 버린다. 아이로니칼한 일이다.

법률적으로는 검사에게 사기죄의 입증책임이 있는데 검사가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스스로 단정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검사는 정의 실천을 위하여, 피해자의 권익보호를 위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사기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철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일시적으로는 거짓이 통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언젠가는 진실이 이기게 된다. 태양을 가리는 구름이 사라지면 다시 찬란한 빛을 발하는 것과 같이 진실은 다시 드러난다. 우리 앞에 위대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진실을 되찾는 일이다. 크건 작던 진실은 항상 똑 같은 가치를 가진다. 이런 의미에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의 이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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