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서>
벚꽃 아래서
눈이 부셔 눈물이 난다
피아노 건반에 떨어지는
꽃잎들은
사랑의 아리아를 들려주고
우리는 꽃잎을 손안에 넣고
서로를 바라본다
아무 말 없어도
이미 익숙해진
표정과 몸짓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사랑이 개여울처럼
조용히 흐르고 있음을
가까이 다가길 수 없는
저 높은 까치집에 숨은
너의 마음은
그냥 바라만 보아야 하는
낯선 타인의 심장일 뿐
박동소리를 들을 수 없다
하여
슬픈 가슴을 꽃잎에 쌓아
곁에 두고 잠에 든다
달빛 때문에
눈이 부셔 눈물이 난다
너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달빛은
내게 구원처럼 다가오고
우리는 달빛을 미소 안에 넣은 채
서로를 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