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2)
영순은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요새 인터넷은 매우 편리한 도구이지만, 그 사회적 폐해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든 범죄수법이 상세하게 공개되어 모방범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순은 남자 친구가 일방적으로 연인관계를 끊고 다른 여자를 만나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때 그 남자를 어떻게 복수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았다.
이런 사건이 눈에 띄었다. 22살 먹은 남자가 10살 연상의 여자와 연애를 했다. 두 사람이 연애를 하고 지내는 동안 여자에게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다. 여자가 새로운 남자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는 사실이 남자에게 알려졌고,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자주 말다툼을 벌였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모텔방에서 싸움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격분한 남자는 여자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그리고 혼자 모텔방에서 고민을 하다가 부근에 있는 지구대를 찾아가 자신의 범행을 자수했다.
남자는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임을 주장하였으나 법원에서는 징역 1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영순은 이 사건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잘못하면 저런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구나!’
모텔방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싸움을 하다가 남자가 흥분하여 이성을 잃으면 여자는 힘으로 당할 재간이 없다. 갑자기 목을 조르면 여자는 남자의 팔을 풀지 못하고 몇분 있으면 질식사하게 된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남자와 싸움을 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일단 피해를 당하면 그 다음 그 남자를 징역 보내고 사형시켜밨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가 이성을 잃고 폭력을 가하면 여자는 일단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잘못했다고 빌어야 한다. 그리고 남자가 하자는대로 모든 것을 해준 다음 그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그 다음 그 남자를 곧 바로 형사고소해서 처벌받도록 하고, 일체 만나지 말아야 한다.
죽은 다음 살인범에 대한 수사나 재판은 완전히 일방적인 게임이 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는 모든 원인과 범죄의 동기, 살해방법 등에 관해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정당방위나 과잉방위,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등의 주장을 한다.
영순은 계속해서 사건을 검색해나갔다. 거액의 재산을 두고 이혼소송을 벌이던 남자가 교통사고를 위장해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남자는 부인을 조수석에 태우고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도로 옆 방호벽을 정면으로 들이받아 부인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매우 어려운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에서는 남자를 고의적인 살인죄로 구속했다.
물론 살인죄의 고의를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은 가능하다. 이런 사건을 보면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심성이 악한 사람을 만나면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잃게 된다.
그리고 부부 사이가 나빠지고 특히 이혼소송까지 하게 되면 절대로 단 둘이만 만나는 것도 위험하다. 세상에는 별일이 다 있기 때문이다. 영순은 수없이 고민을 해보았으나 공철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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