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1)

공철은 공철대로 영순을 이해하지 못했다. 늙은 여자를 자신처럼 젊고 멋있
는 남자가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해주고 육체적인 서비스를 잘 해
주면 고맙게 생각하고 남자가 하라는 대로 하고 조용히 살아야지, 공철 이외
의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서로 문자를 주고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공철은 영순을 생각하면 세상이 정말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영순이 재산이 있다는 것 때문에 잘난 척하고, 남자를 우습게 무시하
기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그래서 영순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공철이 우연히 신문을 보니 이런 사건이 있었다. 서른 살이 넘은 남자가 스
무살된 여자 친구가 나이트클럽에서 다른 남자와 술을 마시고 스킨십을 했다
는 이유로 그 여자를 무려 4시간 동안이나 폭행을 했다고 한다.

남자는 여자 친구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다음, '옷을 벗고 바닥에서 자라'고 
말한 뒤 침대에서 혼자 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자 친구는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남자는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는 기사였다.

공철은 그런 기사를 보면서, ‘뭐 이런 사람이 있나? 단순히 나이트클럽에서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와 스킨십을 했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무지막지하게 때
리고 가혹행위를 할 이유가 있을까?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했
다.

정말 여자는 남자를 잘못 만나면 이렇게 된다. 남자의 폭력성은 여자로서는 
처음 만나서 연애를 할 때에는 알 수 없다. 그것은 그런 남자일수록 자신의 
폭력성을 철저하게 위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과사실도 숨긴다.

처음에는 보통의 남자보다 더 부드럽게 여자에게 접근한다. 더 따뜻하게 대
하고, 소프트한 음성으로 말하고, 여자를 위해 기사도정신을 발휘한다. 단지 
성관계를 할 때에만 아주 남성다운 본능을 발휘한다. 여자는 이런 남자의 겉
모습에 속아 속마음을 준다. 속정을 준다.

그러다가 시간이 가면서 남자의 본성이 나타난다. 아주 야만적인, 동물적인 
가해본능, 파괴본능, 사의 본능이 여자의 생명과 신체, 정신에 위해를 가하
고 파괴시킨다. 파멸시킨다.

공철은 혹시 영순도 공철을 상대로 고막을 파열시킨 것에 대해 고소를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공철은 영순은 절대로 자신을 형사고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영순이 돈이 있는 여자이고 사회적 체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뿐만 아니라 신문에 난 사건은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 어린 여자 친구를 상
대로 한 사건이었다. 나이가 어린 여자 친구를 둔 남자는 자연히 여자 친구
에 대한 의처증이 생긴다.

하지만 공철은 자신보다 28살이 늙은 여자를 애인으로 두었었기 때문에 의처
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의처증이라기 보다 단순히 남자로서의 자존심
의 문제였다.

그리고 늙은 여자가 성적으로 너무 밝히니 추하고 더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
다. 그래서 더러운 오물이 묻은 짐승처럼 생각하고 순간적으로 영순을 때렸
던 것이었다.

그러나 영순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영순은 공철을 대할 때 전혀 나이 차이
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것은 공철이 워낙 의젓해보였고, 말이 적었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성관계를 할 때 언제나 술을 많이 마시고 의식을 치
루었다.

그리고 영순의 입장에서는 공철에 대해 속정이 들을대로 들었다. 그리고 ‘
왜, 요새는 전화를 제때 받지 않아?’라는 문자는 그냥 오래 전부터 편하게 
알고 지내는 남자 사장이었다. 공철을 만날 때 영순은 다른 남자를 만나기는 
했어도 성관계만은 공철하고만 했다.

그런데 영순의 해명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무조건 폭행을 가하고 일방적
으로 관계를 끊어버리고, 더 나아가 다른 젊은 여자와의 성관계 사진을 보내
서 복수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영순은 공철에 대해 복수
를 할 방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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