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일단 광철은 한 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남녀 사이의 문제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 남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살아온 과거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습관에 따라 판단한다.
광철은 지금까지 사업을 했던 사람이다. 남녀 사이의 관계도 사업적 마인드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업적 마인드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를 하기 위해 미끼를 던지고 유혹하는 것이다.
지금 어렵게, 우연한 기회에 좋은 여자를 만났다. 자신 보다 10살이나 어리고, 경제적으로도 혼자 먹고 살 수 있는 여자다. 성격도 좋고, 외모도 괜찮았다. 속궁합도 맞았다.
어떻게 이런 행운이 자신에게 떨어졌나 싶었다. 그러나 막상 몇 번의 관계 이후에 갑자기 달라진 정옥의 태도에 광철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고 이런 경우에 다른 사람과 쉽게 터놓고 상의할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의 문제였다. 지금까지 사업을 해서 성공을 했다. 자신은 남자로서 많은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옥이 자신을 우습게 보는 건지, 처음에는 좋아하는 것 같다가 갑자기 아무런 사정 변경도 없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거리를 두는 것이 못마땅했다.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한편 정옥은 어떤 입장일까? 정옥은 역학자가 광철을 소개했을 때 처음에는 무척 망설였다. 우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었다.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 남자는 정옥과 여러 가지 면에서 잘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취미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사랑에 대한 가치관도 다를 것 같았다.
역학자가 소개시켜주는 의도도 무조건 좋다고 받아들일 것도 아니었다. 역학자는 겉으로 내놓고 말은 안 해도 이런 식이었다. ‘최 사장은 여자 혼자 살면서 힘들게 식당을 하고 있으니,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면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라.’
어떻게 보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태도였다. 결혼을 전제로 소개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그어주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막연했다. 일단 서로 잘 지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정옥은 광철이 돈이 많다고 하니까 만나서 손해볼 것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소개를 받고 만나게 된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정옥은 100% 돈에 우선적 가치를 두고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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