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9)

단골로 일식당에 오는 손님 중 예쁘고 세련된 여자 손님이 있으면 그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주방장 몰래 온갖 서비스를 해준다.

예를 들어서 그 여자가 친구와 둘이서 와서 생선회를 시키면 공철은 서비스라고 하면서 4인분을 더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주방장 감시가 심한 날에는 일 시작하기 전에 몰래 감추어두었던 회를 가져다 주거나, 아니면 다른 손님들이 먹다가 남기고 간 것을 모았다가 서비스로 가져다주었다.

올 때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환심을 사고, 정철로부터 꾼 돈까지 써가면서 대쉬를 해서 꼬신 여자 손님이 정철이 아는 케이스만 해도 다섯 명은 될 정도였다.

그 중에 한 손님은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놓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돈이나 쓰러다니는 여자였다. 그 여자는 60살이 넘었는데, 어떻게 공철과 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 여자는 공철에게 열심히 일을 해서 기술을 배우면 나중에 횟집을 하나 차려주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 여자의 남편은 돈을 많이 벌고 있었는데, 술을 너무 좋아하고 여자만 좋아했다. 특히 젊은 여자라면 사죽을 못썼다. 그리고 운동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담배로 평생 피었다. 취미는 낚시가 유일했다. 낮에는 강가에 가서 고기를 낚고, 밤에는 술집에 가서 인어(人魚)를 낚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25살 된 여자와 모텔에 가서 뜨거운 정사를 벌였는데, 오래 된 고혈압과 당뇨 등 때문에 그랬는지 천만명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다는 복상사를 일으켜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여자 손님은 남편이 태생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결혼 초에 매일 밤 아내에게 요구를 해서 짐승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밖에서 그짓을 하라고 하고, 더 이상 남편과 관계를 하지 않았다. 다만 돈만 많이 벌어오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막판에 복상사로 돌아가셨다고 하니까 문상객들에게 차마 그런 사실을 공표할 수는 없었다. 잘못하면 1인방송에 나가거나 SNS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갈 위험이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명예에 누가 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왜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느냐고 궁금해서 견디지 못하고 자꾸 물어오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남편께서 밤낚시를 가셨는데, 생애 처음 50센치가 넘는 월척을 낚았습니다. 그래서 밤에 너무 흥분하셔서 심장쇼크를 일으키셨습니다.’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 남편을 잘 아는 가까운 친구들은, ‘월척은 무슨 월척! 밤낚시가 아니고 여자낚시였겠지. 너무 싱싱한 월척을 안았으니까 쇼크가 왔겠지!’라고 상상했다.

여자는 남편의 미스테리한 사망원인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문상객들에게 사인을 설명하면서도 슬픈 표정을 짓지 않고 묘한 미소를 띄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남자가 그 짓을 하다가 갑자기 죽으면 행복할까, 아니면 심한 고통을 느낄까 하는 것이 몹시 궁금했다.

그리고 아래에 있던 여자는 얼마나 놀랐을까 하는 것이 알고 싶었지만, 당시 같이 작업에 참여했던 성명불상자 젊은 월척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고, 부검한 의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은밀하고 민감한 성적 문제를 인터넷을 통해 의사등에게 공개적으로 질문을 할 수도 없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33)  (0) 2020.11.06
작은 운명 (70)  (0) 2020.11.06
작은 운명 (68)  (0) 2020.11.05
작은 운명 (32)  (0) 2020.11.05
작은 운명 (67)  (0) 2020.11.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