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2)

“피의자는 명태주식회사 대표이사에게 하청을 주고, 나중에 리베이트로 2억원을 돌려받은 사실이 있지요?”
“그런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저는 명태 대표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명태주식회사 법인계좌에서 피의자 개인계좌로 2억원이 들어온 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요?”
“그건 제가 일시 자금이 필요해서 빌렸다가 다시 돌려준 것입니다.”
“피의자가 돌려 준 증거는 있는가요?”
“현금으로 돌려주었기 때문에 증거는 없습니다.”
“명태 대표이사는 리베이트로 2억원을 주었고, 다시 돌려받은 사실은 없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저는 돌려준 것이 확실합니다. 그 사람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명훈 아빠는 명태주식회사 사장이 이미 다 진술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왜 조사받은 사실을 나에게는 말하지 않았을까? 왜 리베이트를 주었다고 자백을 했을까? 그럴 사람이 아닌데...’
명태 사장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면서 회사 이름이 ‘명태’라 재수가 없어 그렇다고 생각했다. 회사 이름을 왜 하필이면 명태라고 지었을까? 차라리 ‘동태’라고 하지? 아니면, ‘생태’로 하든가? 동태나 생태는 괜찮지만, 명태는 ‘명태눈깔’이라는 표현처럼 죽은 생선 같아서 그런 이름 가지고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망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면, 명태를 회사 이름으로 하는 사람은 아마 지구상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야 없을 것 같았다.
검사는 그 이외에도 시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추궁했다. 그런 뇌물죄 부분이 종국적인 검사의 목표같았다. 또한 법인 자금 5억원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에도 혐의를 두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법인 자금 5억원 중 1억원으로 애인이 사용하도록 오피스텔을 얻어준 것에 대한 자료도 수집해 놓은 것이었다. 도대체 사업을 하는 사람을 이런 식으로 먼지 터는 것처럼 파고 들어가 조사를 하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검사는 일단 조사를 마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읽어보라고 했다. 정 사장은 10시간에 걸친 조사에 지쳤다. 너무 힘이 들었다. 같은 질문을 되풀이해서 묻고 따지고 추궁하는 검사가 무서웠다. 옆에서 참여하고 있는 변호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기만 했다. 개별적인 신문에 코치는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검사는 조사를 마치고 일단 돌아가 있으라고 했다. 필요하면 또 부를 것이라면서 조사받은 사항을 관련자들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일종의 공갈이었다. 증거인멸을 하지 말고, 말을 맞추어서 수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갑자기 세상이 무서워졌다. 누가 회사 비밀을 검사에게 소상하게 이야기해준 것일까? 누구일까? 회사 내부에 있는 사람의 소행같았다. 조사받느라고 지쳐 집에 도착하니 명훈과 명훈 엄마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여보. 어떻게 되었어요? 조사 잘 받았어요?”
“글세. 모르겠어. 어떤 〇이 투서를 한 것 같아. 회사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아빠. 왜 무슨 일이 있으세요?”
“명훈이는 가서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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