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6)

그때까지만 해도 수범은 법이 어떤 것인지 몰랐기에,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에, 그냥 공항상태에 빠져있을 뿐,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지면 머리가 백지상태가 된다.

아무리 배우고 똑똑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위기에 대처하는 교육을 받고 훈련을 받아도 소용 없다. 위험한 상태에 처하게 되면 동물적 본능만이 인간을 지배하고 이성과 지혜는 순간적으로 실종되고 만다.

괌(Pacific Islands, Guam)은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미국의 영토다. 미국의 50개 주에 속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준주(準州, incorporated organized territories)이다.

인구는 17여만명으로서 주민들은 미국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1898년 미국에 할양되었다. 1941년 일본에 의해 점령된 적이 있지만, 1944년부터 미국이 관리하고 있다.

이곳 사법경찰권은 모두 미국 법집행공무원들이 담당하고 있다. 수범의 친구들은 여행을 포기하고, 호텔에 머물면서 한국에 있는 수범의 부모님께 사정을 알렸다. 수범의 부모님은 곧 한국에서 괌으로 출발했다.

수범은 미국 세관직원에 의해 마약밀수범으로 체포되었고, 엄중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수범은 한국어를 하는 통역관에 의해 한국말로 조사를 받았다.

“저는 어떤 할머니로부터 부탁을 받고, 잠깐 그 짐을 들어다주고 있었을 뿐이예요. 그 짐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어요.”
“그 할머니를 여기 cctv에서 확인해 줄 수 있나요?”

세관직원은 수범에게 수범이 동선을 따라 촬영된 cctv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수범에게 짐을 맡긴 할머니의 모습은 전혀 cctv에 나타나지 않았다.

수범이 본 할머니와 비슷한 인상착의의 여자 모습도 없었다. 범인들은 몇 사람이 짜고 조직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부러 할머니의 모습이 cctv에 잡히지 않게 한 것 같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순간적으로 다른 옷을 위에 걸치고 공범으로부터 모자를 건네받고 짙은 선글래스를 끼고 아무 짐 없이 그냥 세관검색대를 통과한 것이었다. 수범은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짐 안에는 못쓰는 헌 옷가지뿐이었다. 그 안에 마약이 대량 들어있었다.

“학생을 거짓말해도 소용이 없어. 이렇게 마약이 압수되었고, 학생이 마약이 든 가방을 들고 나왔으니까. 이런 경우에는 초범이고 대학생이니까 솔직하게 잘못했다고 인정을 하면 석방시켜줄 거야.”

통역관은 한국 사람 같았다. 한국말을 아주 잘 하는 나이 든 사람이었다. 수범은 그 통역관을 믿었다.

“예. 제가 잘못했습니다. 마약이 든 것을 알면서 어떤 사람의 부탁을 받고 들고나오려고 했던 것입니다.”

수사관은 수범을 상대로 더 상세한 자백을 받았다. 물론 그 자백은 100% 허위자백이었다. 공범에 대해 상세한 허위자백을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로 천달러를 받기로 했다고까지 자백했다.

이 사건으로 수범은 1심법원에서 징역 7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항소심은 미국 본토에 있는 항소심법원에서 진행되었다. 수범의 부모님은 미국 변호사도 선임했지만, 미국법은 마약사범에 대해 아주 엄격했고 무거운 형벌을 내리는 것이었다. 나중에 통역관의 잘못된 코치로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통역관이 그런 식으로 유도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미국 교도소에 수감되면 한국인으로서는 한국에서 수형생활을 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힘이 든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특히 교도소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교도소 내 미국인 수형인들에게 체격 작은 외국인은 공포에 질려 수형생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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