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3)
철준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록 처음 만났지만 겉모습과 말하는 젊잖은 태도가 충분히 믿음이 갔기 때문에 정 사장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매달렸다. 철준이 경화에 대해 알고 있는 개인정보라고는 오직 이름과 미국 휴대전화였다.
“예. 사장님 저는 이 사람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으니, 좀 도와주세요.”
“알았어요. 이따 저녁 7시에 이곳에서 만나요. 그때까지 내가 알아보고 올테니까요.”
“예. 정말 고맙습니다. 꼭 좀 알아봐 주세요.”
철준은 왠지 이 사람을 통해서 경화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고 생기가 돋았다. 시내를 걸어서 구경을 하다가 어느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은 없었다. 대부분은 한국에서 수입을 하고 있었고, 물건의 품질도 한국이 낫고 값도 싸보였다. 쇼핑을 하러 간 것도 아니고, 남자 혼자 백화점 안을 구경하는 것도 별로 재미가 없어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백화점 입구에서 경찰 순찰자가 서있고, 경찰관 2명이 동양계로 보이는 나이 든 여자를 수갑을 허리 뒤로 채워서 포승줄로 묶고 있었다.
대낮에 백화점 앞에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구경꾼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관심도 갖지 않고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철준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는 50살 정도로 보였는데, 그렇다고 거지 행색을 아니었다.
아마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힌 것 같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영어를 모르기 때문에 철준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미국 경찰관에게 사건 내용을 물었다가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철준도 그 자리에서 수갑을 차거나 여자 범인의 공범이나 기둥서방으로 오해를 받아 함께 순찰타에 태워질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에 궁금해서 미칠 정도였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관들은 연약해 보이는 여자 범인을 무슨 살인범처럼 아주 심하고 가혹하게 대하고 있었다. 경찰은 여자를 순찰차에 태우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현장을 떠났다.
철준은 미국법이 얼마나 무섭고 미국의 법집행이 얼마나 인정사정 없이 냉정하게 처리되고 있는지 느꼈다. 전에 철준은 주변사람들로부터 몇 가지 사건을 들은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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