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4)
한국의 어떤 대학생이 여름 방학 때 친구들과 괌에 놀러갔다가, 공항에서 나갈 때 어떤 동양계 할머니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간단한 영어로 할머니의 짐을 들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 할머니도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손짓 몸짓으로 한국 대학생에게 자신은 허리도 아프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기 때문에 이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세관 밖으로 들어다 달라는 것이었다.
대학생은 할머니가 불쌍해서 자신의 짐도 있었지만, 할머니의 캐리어를 같이 들고 이동했다. 할머니는 대학생의 뒤를 따라서 힘겹게 쫓아오고 있었다.
대학생은 불쌍하고 힘없는 할머니를 비록 처음 보는 외국인이었지만 작은 봉사라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순간적인 보람을 느꼈다. 대학생 일행 다른 두 사람은 간단한 세관검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대학생 수범의 차례가 되자, 미국 세관직원은 수범의 짐을 모두 열어보라고 했다. 수범의 짐은 그러니까 두 개의 캐리어가 된 것이었다. 수범은 시키는대로 두 개의 짐을 열고 보여주었다.
그러자 세관직원은 다른 직원을 불러서 수범을 별도의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수범의 짐과 그 할머니의 짐도 세관직원이 끌고 갔다. 수범은 그 짐 중 하나는 자신의 짐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짐이라고 설명을 해야 하는데, 영어가 짧아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황해서 수범에게 짐을 맡기고 뒤를 따라오고 있던 할머니를 찾았으나 할머니는 이미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당황한 수범은 미국 세관직원에게 할머니라는 단어도 입에 나오지 않았다. ‘grandmother'라는 단어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나는 것은 오직, ’mother'나 ‘father'뿐이었다. 또 확실하게 생각나는 것은, ’student' 'love' 'sex' 등이었다.
짐을 맡긴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했지만, 수범의 머릿속은 하얗게 겁에 질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세관직원은 꼼꼼히 수범의 짐을 뒤지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수범이 한국에서 가지고 온 캐리어는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맡긴 캐리어는 이를 잡는 것처럼 샅샅히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직원은 어디선가 커다란 사냥개를 한 마리 데리고 와서 수범의 짐을 풀러놓고 냄새를 맡게 하고 있었다. 사냥개는 이상한 태도를 보이면서 마치 무슨 사냥감을 발견한 것처럼 날뛰는 것이었다.
삼십분쯤 있다가 세관직원은 갑자기 수범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창문이 전혀 없는 작은 방에 넣어놓았다. 핸드폰도 압수되고 신분증, 여권, 비행기표, 지갑 모두 압수되었다.
먼저 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 두 명은 영문도 모르고 마냥 밖에서 수범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범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도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세관직원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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