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5)
사람의 운명은 이렇게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아주 이상한 일을 당해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망가지기도 한다. 수범의 경우가 그렇다. 바로 몇 분전까지만 해도 수범은 아주 행복했다.
비교적 넉넉한 가정에서 부모님 덕에 대학교를 편하게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름 방학에 친구들과 함께 괌으로 일주일 여행을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악마 같은 여자가 하필이면 수범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하필이면 다른 사람 아닌 수범에게 말을 걸었고, 수범에게 마약이 든 짐을 부탁하여 세관직원의 검색을 통과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다행이 세관직원이 마약을 검색해내지 못하고 그냥 통과시켰다면 그 여자는 수범으로부터 짐을 건네받고 단지 말 한마디, ‘Thank you.’라고 서툰 영어발음으로 끝내고 바쁜 걸음으로 서둘러 공범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급히 갔을 것이다.
그때는 수범이 무어라고 생각하든 말든 상관 없는 일이다. 왜 짐을 부탁할 때는 다 죽어가던 할머니가 세관을 통과한 다음에는 20대 수영선수 이상으로 몸을 꼿꼿이 하고 수범보다 더 빨리 걸어갈 수 있느냐고 이상하게 생각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목적이 달성되었다는 성취감에 듣떠 지금까지 늙고 병들어 제대로 거동도 하지 못하는 여자로 위장하여 쇼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조차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수범은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일을 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허약한 할머니를 위해 별것 아닌 도움을 준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이런 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으로 밑바닥에 깔려있다. 어떤 행위의 양방향 대척점에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심리와 인식이 놓여있다. 두 인간이 서로 교차하여 행하는 말과 행동에는 언제나 내심의 의사와 동기가 숨어있다.
그러한 내심의 의사와 동기는 상대에게 솔직하게 노출시키지 않는다. 대체로 그런 것은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상대방도 그런 것을 그때마다 정확하게 알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하지 않는 사람이 상대를 이용하기 위해서 접근하고, 상대를 이용하는 행위, 그리고 상대가 이용당하는 과정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숨은 의도, 악한 마음, 악한 행동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적으로 깔려있는 것이다.
이런 상대의 나쁜 의도는 보통 사람들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대에게 당하고 피해를 본다. 그런 시행착오를 살면서 누구나 몇 번은 겪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세파에 시달리면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람은 성장하고 성숙한다.
세상 사람들을 모두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삶의 진리를 비로소 깨닫는다. 그리고 상대를 의심한다. 그러면서 어떤 촉이 생기고, 상대의 시커먼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반면에 이렇게 똑똑해지지 못하고 평생을 남에게 속고 당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운명의 여신이 보낸 악마의 손길은 이 순간에 한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이곳 괌에서 수범에게 뻗쳤고, 수범은 아무 죄 없이 그 악마가 쳐놓은 덫에 걸려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된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인간은 자신에게 닥치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아무 대책 없이 사냥꾼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날카로운 덫에 걸려 생명을 잃기도 하고, 재산을 날리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되기도 한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자신보다 강한 다른 동물에 의해 공격 당한다. 자신보다 약한 다른 동물을 포획하여 먹으려고 하는 강한 동물은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소리를 내지 않고 다가가 갑자기 공격한다.
아니면 상대가 볼 수 없도록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먹이를 향해 쏜살같이 빠른 속도로 달라들어 목덜미를 물어뜯는다.
그뿐 아니라 인간이 식용으로 할 수 있는 동물은 지구상에서 최고의 두뇌를 가졌다는 인간에 의해 놓여진 덫과 미끼, 그물과 망에 의해 24시간 밤낮없이 전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생명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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