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0)
더 소지품을 뒤지다 보니 일기장이 있었다. 코치는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일기장에 손으로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일기장은 한 권밖에 없었다. 매일 쓴 것도 아니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모아서 쓰고 있었다.
일기를 읽어나가다 보니 코치의 모든 비밀이 눈앞에 환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코치는 37살이었다.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고 있었다. 3년 전에 사진 속의 ‘경화’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을 진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경화 부모의 강력한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하고 경화는 미국으로 떠났다. 경화 이모가 미국에 살고 있어서 코치와 떼어놓기 위해서 경화를 이모집으로 강제로 보낸 것이었다.
코치는 아직까지 경화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화는 몇 달 전에 미국에서 돈많은 교포 2세와 결혼했다. 경화도 미국 가서도 코치를 사랑했다. 그래서 코치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미국에서 코치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코치는 어렵게 비행기표를 끊어 미국으로 갔다.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코치는 출발했다. 처음 가보는 미국에 혼자 공항에서 내려 기다렸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기 바로 직전까지 코치는 경화와 전화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막상 로스앤젤러스 공항에 도착해 보니 경화는 보이지 않았다. 경화의 휴대전화는 전원이 꺼져있었다. 코치는 더 이상 연락할 다른 연락처가 없었다. 경화가 살고 있는 미국 주소도 몰랐다. 미국 경찰에 신고할 사항도 아니었다.
코치는 미칠 것 같았다. 열네시간 걸려서 고된 비행을 했고, 또 사랑하는 경화를 만날 생각에 약속한 날부터 열흘 동안이나 밤낮없이 경화만 생각하고 들떠서 왔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만일 경화가 고의적으로 코치를 농락하는 행위였다면 코치는 경화를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치는 그 순간, 다른 불길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혹시 경화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더 강해서 코치는 미칠 것 같았다. 일단 시내로 들어가 코리아타운으로 갔다. 이왕 간 김에 그곳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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