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8)

수범의 아버지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교도 진학하지 못하고 힘든 일을 계속하면서 살아왔다. 수범의 할아버지가 무리한 개발사업을 하다가 모든 재산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수범 아버지 황정성(53세, 가명)은 일식당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을 배웠다. 그렇게 해서 45살부터는 혼자 일식당을 차려서 수범 어머니와 운영을 해서 자리를 잡았다. 수범 아버지는 낚시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주말이면 낚시를 가서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에는 조용한 곳에서 낚싯대를 세워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보면, ‘저런 것을 왜 하고 있을까? 얼마나 심심하고 답답할까? 차라리 공기 좋은 곳에서 걸으면 운동이라도 될텐데... 낚시하는 사람은 정말 한심하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낚시를 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낚시를 물고기가 물어서 낚싯꾼과 물고기가 밀고 당기고 하는 촉감을 느껴본다면 그런 이야기를 쏙들어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낚시를 하면 명상법을 배우게 된다.

몇 시간 동안 한 자리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서 낚시끝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머릿속은 백지처럼 하얗게 되고, 맑아진다. 세상에서 보는 온갖 추하고 더럽고 야비한 못된 인간들의 잘못된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 인간의 오욕(五慾)에서 벗어나 바다나 강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성은 이번에 아들 수범이 어이없는 일을 당한 것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왜 그런 불행한 일, 꿈속에서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당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어떤 불행한 일을 당하면 불안해진다. 공황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매우 비이성적인 상태가 된다. 그 상태에서 불행한 현상이나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으려고 애쓴다.

정성은 몇 달 전에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 공철의 일을 떠올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천공철의 불행이 정성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정성과 공철은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젊었을 때 두 사람은 같은 일식당에서 일을 배웠는데, 정성은 끝까지 생선요리를 참고 배웠다.

그런데 공철은 워낙 여자를 좋아해서 일식당에서 근무하면서도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말썽만 일으켰다. 공철은 일을 하다가도 몸매가 좋은 여직원이 들어오면 그 여자 엉덩이를 여직원이 새로 들어오면 그 여직원이 일을 할 때 움직이는 엉덩이를 쳐다보느라고 비싼 생선회가 가득 담긴 큰 그릇을 땅에 떨어뜨려 박살낸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적은 월급을 모두 털어서 여직원을 꼬시는데 다 써버리고, 돈이 떨어지면 친구인 정성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공철의 여자 꼬시는 기술은 탁월해서 새로 들어오는 여직원은 보름쯤 지나면 당연히 공철의 여자가 되는 것이 공지의 사실이었다.

그러면 기존에 있던 여직원은 기분이 나빠져서 말도 없이 식당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그렇게 연애를 끊임없이 해서 늘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면서도 공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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