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3)
명훈 엄마는 요새 아주 죽을 맛이다. 몸무게도 10킬로그램이나 빠졌다. 그동안 살이 쪄서 다이어트를 수없이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살이 저절로 빠졌다. 급성당뇨병에 걸린 사람 같았다. 너무 걱정이 되어서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았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명훈 엄마는 이번에 명훈이 임신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는데, 갑자기 명훈 아빠 회사에 대해 검찰의 특별수사가 시작되었다. 잘못하면 회사가 부도날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고 명훈 엄마가 운영하는 약국을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고 방심했다가는 인근 경쟁약국에서 손님을 다빼앗아갈 상황이었다. 약국을 경영하는 약국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손님이 많아 큰 돈을 벌고 아무 걱정이 없는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약국이 잘되는 위치에는 수많은 약국들이 우후죽순식으로 들어서서 경쟁이 심해진다. 그리고 약사를 고용하면 그 월급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비약사를 고용하면 약사법위반으로 즉시 고발된다.
약국에 대한 건물임차를 위해 내는 임대차보증금, 권리금, 월세, 관리비, 인건비 등등을 계산하면 겉으로 남고 뒤로 미찌기도 한다.
명훈 엄마는 요새 잠도 잘 못잤다. 원래 불면증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주 심해서 안정제를 먹지 않고는 잠에 들지 못했다. 너무 약을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때로는 술도 마셨다.
원래 술이 약해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독한 술을 많이 마셔도 잘 취하지도 않고 속만 아프다.
오늘도 밤 11시경 술을 마시고, 겨우 눈을 붙이려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혹시 검찰청 아닌가 싶어 떨리는 가슴으로 받았다. 목소리가 매우 날카로운 중년 여성이었다.
“여보세요. 명훈 씨 어머님 되시지요. 저는 아드님에게 강간 당한 여자의 친구되는 사람인데요. 며칠 지났는데, 왜 아직까지 합의를 하지 않고 있는 거지요? 명훈 씨가 부모님께 말씀드려 곧 합의한다고 그랬는데요.”
“뭐라고요? 강간이라고요? 우리 아들이 강간을 했다고요? 무슨 말이예요?”
“이상하네요. 아드님이 말 안하든가요? 벌써 보름이나 지났는데요. 빨리 배상하지 않으면 경찰서에 고소장을 낼 겁니다. 아드님과 상의하고 연락주세요. 제 번호는 지금 찍혀있지요?”
하마터면 뇌출혈이 일어날 뻔했다. ‘강간이라니! 명훈이가 강간을 했다니? 명훈아! 이 불쌍한 인간아! 너도 사람이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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