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추락해서 죽는 것이 소원인 남자

 

공직선거법위반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도 처음에는 정국영 피의자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정국영이 어떻게 법을 지키며 살아왔는지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무조건 아멘!’하고 정후보의 무혐의를 확신하게 되었다.

 

한편 시장선거에서 후보로 뛰고 있는 백상무는 시청에서 국장으로 근무하면서 돈을 좋아해서 뇌물을 많이 먹었다는 루머가 확산되었다.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에 관여하여 많은 이권을 챙겼다는 것이었다. 특히 오피스텔 투자붐이 불었을 때, 오피스텔사업허가를 내줄 때 대가성 있는 금품을 받았고, 어떤 업자로부터는 오피스텔 한 채를 무상으로 받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젊은 연예인을 스폰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정국영 후보와 가까운 김민첩 사장은 정 후보 캠프에서 기초 자료를 넘겨받고, 곧 특별팀을 구성해서 본격적으로 백상무 후보의 비리를 캐기로 했다. 김민첩 사장은 ‘백상무후보비리조사팀’의 부팀장으로 공칠을 임명했다. 팀장으로는 서울에서 낙하산인사로 특별채용된 고상홍 부장이 맡았다. 낙하산인사라고 하는 것은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김민첩 사장에게 부탁을 해서 김 사장이 하는 수 없이 고상홍 부장을 뽑은 것이었다.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은 경찰의 고위간부로 있었기 때문에 만일 김민첩 사장이 그 국회의원의 인사청탁을 거절했다가는 나중에 후환이 두려웠다. 고상홍부장은 서울에서 흥신소 일을 15년이나 해온 베테랑이었다. 무술도 유단자증을 여러 개 소지하고 있었다. 매일 새벽 6시면 4킬로미터를 뛰고 끊임없이 심신을 단련하고 있었다. 여자와 성관계하는 것도 체력 연마의 한 수단으로만 생각했지, 욕정을 채운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보다 나이 많은 여자와 부득이하게 성관계를 할 때에는 몸을 아끼려고 절대로 사정을 하지 않고 참았다.

 

산악자전거 타는 것도 취미로 하고 있었다. 산악자전거를 스무 대나 모았다. 색깔은 모두 하얀색이었다. 상홍은 평소에 자신은 험한 산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죽는 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그게 가장 행복한 죽음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왜 산악자전거를 타다 죽는 게 소원일까?’ 상홍은 언젠가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었다.

 

‘나는 산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추락하여 죽는게 소원이다. 자전거를 탄 채 산에서 떨어지면 그 추락의 쾌감은 두배로 배가된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것은 곧 복상사와 똑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럴 것 같으면 술을 많이 마시고 늙은 여자와 성관계를 광적으로 하다가 복상사를 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쉬울 텐데, 왜 굳이 힘들게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죽으려고 하느냐고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상홍의 소신이었기 때문에 옆에서 다른 어드바이스를 하기는 어려웠다.

 

상홍은 45살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고 있었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얼굴만 보아서는 65세는 최소한 되어보였다. 술과 담배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다닐 때, 못된 친구의 꼬임에 빠져 술과 담배를 배웠는데, 그 때문에 아버지가 충격을 받아 쓰러진 사실이 있었다고 해서 그 다음부터는 술과 담배는 평생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상홍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술과 담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가 충격으로 쓰러진다는 것이 믿기 어렵다. 딸이 강간을 당했다면 충격으로 쓰러질 수 있지만, 아들의 술담배문제로 쓰러질 아버지가 어디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실제 사건의 스토리는 이런 것이었다. 상홍의 아버지는 평생 술과 담배, 여자를 달고 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떤 전도사의 인도에 안수를 받고 교인이 되었다. 몇 달 있다가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다. 술도 끊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다만, 여자관계는 하루 아침에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1년간의 집행유예기간이 허용되었다.

 

상홍의 아버지와 연애를 하고 있던 여자들은 갑자기 상홍의 아버지가 자신들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더러운 관계라고 하면서, 헤어지자고 하니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지금까지 나를 이용해먹고 갑자기 그만 만나자고 하느냐?” 여자들의 이런 질문에 상홍 아버지는 종교적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혼인관계가 아닌 여자와 성관계를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이런 답변에 여자들은 기가 막혔다.

“그런 하나님의 말씀이 성경 어디에 나옵니까? 확실한 증거를 대세요. 성경에 그런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아요?”

 

여자들은 너무 황당해서 상홍의 아버지 말을 반박하기 위하여 신학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면서 성경에 과연 ‘결혼한 남자가 혼자 사는 여자와 성관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성경 구절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신학생들은 도서관에 가서 며칠을 헤맸지만, 성경에 구체적으로 그런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와의 성관계금지’ 구절을 찾지 못했다. 여자들은 상홍 아버지에게 그런 성경구절이 없다고 난리를 치자, 이번에는 “아내 이외의 여자와 간음하면 지옥에 떨어진대요.”라고 말도 되지 않는 거짓말로 둘러댔다.

 

그러면서 상홍 아버지는 성경 비슷한 책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는데, 그 책에는 마타복음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었다. 그 중 이런 구절이 보였다. “너희는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와 하는 성관계를 더럽다고 생각하는 남자와는 절대로 하지 마라.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와 간음하면, 천국에 들어가기 어려우니, 차라리 너의 눈을 빼버리는 것이 낫다.”라고 써있었다.

 

여자들이 “마태복음”은 있지만, “마타복음”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상홍 아버지는 “마태복음”은 초창기 때 생긴 것이고, “마타복음”은 그 후 사람들이 너무 성적으로 문란해서 하는 수 없이, 성적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 특별복음으로 나온 것이며, 다른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상홍 아버지 여자 애인들은 하는 수 없었다. 성경에 나와 있는데도, 계속 상홍 아버지와 성관계를 맺었다가는 상홍 아버지 눈이 빠지는 것까지는 좋지만, 같이 간음한 자신들의 눈알도 빠지게 되면, 정말로 좋은 사람 만나서 성관계를 할 때 극치의 쾌감을 볼 수 없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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