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4)
영순은 너무 아파서 일단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렇게 심하게 맞아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공철에게 맞은 것도 맞은 것이지만, 그보다 더 분한 것은 명성에게 당한 것이었다.
영순은 억울하고 울화통이 터져 죽고 싶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죽으면 자신만 억울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무 영문도 모르는 자식에게 못할 짓이었다.
영순은 친한 친구 경화를 만나 상의했다. 경화의 남편은 전직 경찰관이었다. 경화 남편은 퇴직한 후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경화는 경찰관과 오래 살았기 때문에 법에 대해서도 웬만한 것은 변호사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또한 남편 동료 경찰관들이 아직도 현직에 있어 필요하면 그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일단 공철에게 맞은 부분에 대해서는 진단서를 끊어놓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명성이 잘 때 그짓을 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먼저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볼 게.”
경화는 먼저 명성을 만났다.
“아니. 어떻게 친구 부인을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건 영순씨가 오해하는 거예요. 그날 영순씨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제가 부축해서 모텔방에 데려다주었고, 제가 나오려고 하니까 술에 취해 저를 남편으로 착각했는지, 끌어당기면서 자신의 옷을 다 벗고 껴안으려고 해서 제가 뿌리치고 나왔던 거예요. 영순씨는 모텔에 가기 전부터 심하게 토를 했고, 모텔방에 들어가자마자 곧 토를 했어요. 그래서 심하게 악취를 풍겼는데, 저는 그 냄새가 역겨워서 견딜 수 없어 바로 나오려고 했던 거예요. 그런데 영순씨가 나를 남편으로 잘못 알고 자꾸 붙잡고 매달려서 불쌍해 보였지만, 악취 때문에 오래 있을 수 없었어요. 그리고 영순씨는 제가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친구의 부인인데, 제가 그런 짓을 할 입장도 아니예요. 영순씨가 왜 그런 착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네요.”
“아니. 영순이는 명성씨가 안에 한 내용물까지 채취를 해놓았어요. 그것을 DNA검사하면 곧 드러날텐데 왜 거짓말을 해요?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용서를 빌면 되는 것 아니예요?”
“제가 했으면 했다고 하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런데 정말 하지 않았어요. 내가 무엇 때문에 친구 부인일뿐더러, 더군다나 나이 든 여자, 그것도 술에 취해 토하고 있는 여자와 할 이유가 있어요? 그건 나를 잘못 본 거예요. 나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 젊은 애인이 있어요. 나보다 스무살이나 어리고 예쁜 애인이 있어요. 그 애인하고 자주 하는데, 왜 늙은 여자하고 하겠어요. 영순씨가 만일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이렇게 엉터리 주장을 하면 나는 하는 수 없어요. 변호사를 선임해서 무고죄로 고소를 하겠어요. 가서 분명히 말하세요. 이렇게 생사람 잡으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명성은 이렇게 말한 다음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갔다. 경화는 이상했다. 영순이 거짓말 할 리도 없고, 명성이 저렇게 완강하게 부인하는 것을 보면 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명성 생긴 모습이 젊은 애인 두고 놀아날 사람이지, 나이 든 여자를 넘볼 남자같이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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