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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38)

병원에서 나와 커피숍으로 갔다. 명훈은 다정스러운 눈빛으로 은영에게 물었다.
“은영아! 지금 나 사랑하는 거야?”
“응, 오빠. 많이 사랑해. 오빠만 사랑하고 있어해.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정말 잘 할게. 아이도 잘 자라고 있어. 오빠 닮은 아이 낳아 똑똑하게 잘 키울거야.”
“그런데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듣고, 나를 괴롭히지 말아야 할 거 아냐? 나는 지금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어. 엄마 아빠는 매일 이 문제로 싸우고, 나보고 나가서 죽으라고 해. 그러니까 일단 아이를 떼고, 우리 차분하게 사랑하면 안 될까? 내가 평생 책임질게.”
“오빠. 그런데 오빠를 어떻게 믿어. 그동안 나를 못본 척하고 버렸었잖아? 그럼 아이를 수술할 테니 혼인신고만 해줘. 그러면 내가 믿을 수 있잖아? 제발 부탁이야. 나도 오빠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
“아니, 지금 내가 학생인데, 어떻게 혼인신고를 해. 그게 무엇 때문에 급해. 사랑은 그냥 믿는 거지. 사람을 못 믿고 의심하면 그건 사랑이 아니야. 어떤 책에서 읽었어. 나는 그 말을 믿어. 원치 않는 아이를 몰래 임신하고 일방적으로 낳겠다고 하는 건 나쁜 거야? 그러니까 우리 수술하고 앞으로 서로 믿고 잘 지내자. 부탁이야.”
“그럼 수술하면, 나를 사랑하고 버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내가 믿게끔 해줄 방법을 찾아봐. 나도 생각해 볼게.”
“응 알았어.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볼게.”
“그런데, 그 아이 정말 내 아이는 맞는 거야? 나는 몇 번 안 했잖아? 우리 엄마 얘기로는 자기가 다른 남자와 동거도 하고 낙태수술도 여러 번 했다고 그러던데. 내 애기가 절대 아니라고 그랬어.”
“그건 나를 떼어버리려고 거짓말하는 거야. 믿지 마. 나는 동거도 안했고, 낙태도 안했어. 오빠가 첫사랑이고, 처음 관계를 한 거야. 아이도 처음 생긴 거고. 성당에 다니기 때문에 절대로 거짓말하지 않아. 병원에 가서 같이 확인시켜 줄게. 내가 처녀로서 오빠와 첫 관계를 했다는 사실과 이번이 첫 번째 임신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줄 수 있어.”
“정말 내가 첫 번째 남자고 내 아이가 맞다면 내가 책임질 거야. 그렇지 않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명훈은 갑자기 은영의 말이 사실로 여겨졌고,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은영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생각이 문득 이상한 정을 느끼게 했다.
“오빠 내 말을 믿어. 그리고 모든 여건을 초월해서 우리 사랑하면서 잘 살면 좋겠어. 내가 잘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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