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새벽 6시 40분경 택시를 탔다. 나이 든 기사분은 요새 젊은 사람들이 택시운전을 기피해서 택시회사에서는 기사를 구하지 못해 택시를 세워놓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택시 손님이 많이 떨어져 걱정이라고 한다.
수서역에 도착해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8시 5분 SRT를 탔다. 창밖으로 늦가을의 정취가 눈에 들어온다. 대구에 도착하니 10시 가까이 되었다. 택시를 타고 법원으로 갔다.
재판은 11시로 예정되어 있는데, 20분 전에 법정으로 들어가서 기다렸다. 다른 사건이 진행되는 것을 구경했다. 다른 변호사들이 변론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등법원의 형사항소심재판이라 피고인들은 모두 심각한 상황이다.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1심부터 구속된 경우 몇 달 동안 구치소에서 있으면서 재판을 받는 상황이다. 뒤에서 방청하는 피고인의 가족들의 모습도 보면 근심걱정으로 모두 얼굴에 수심이 차있다.
재판을 마치고 밖으로 놔왔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법정의 공기는 무겁고 탁하다. 그래서 사람을 짓누른다. 그런 곳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공기가 맑고 하늘이 높다는 걸 느낀다.
내가 맡은 사건에서도 나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변론을 했다. 그동안 재판 준비도 많이 했다. 판결 선고는 2주 후로 결정되었다.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피고인이나 가족들, 그리고 변호사는 전전긍긍하게 된다. 석방이 되느냐, 아니냐 하는 갈림길에서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싱이나 격투기는 경기가 끝나면 곧 바로 판정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재판이란 그렇지 않다. 즉결심판이 아닌 이상, 재판 과정 자체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재판을 끝내고 판결 선고를 또 2주 내지 3주를 기다려야 한다.
이 기간 동안 피고인의 피를 말리게 하는 것이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변호사도 자신이 맡은 사건의 피고인이 석방되느냐, 실형을 받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선고일까지 마음이 무척 불편하다.
법원을 나와서 동대구역까지 2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아서 그냥 걸어보기로 했다. 일직선으로 죽 가면 역이 나온다. 가을 날씨라 거리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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