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상념>

1.
서울의 가을은 정말 아름답다
산도 좋지만
특히 한강에서 느끼는 가을은 정말 좋다
강변에서 가을을 느끼자

가슴에 품은 사랑이 터져나온다
높이 떠있는 풍선처럼
사랑이 우리를 끌어올린다
강물도 사랑에 젖어
노을에 불타고 있다

2.
사랑은 언제나 더디게 왔다가
재빨리 가는 것
그래서 봄날의 새벽안개 같은 것
그렇다고 사랑을 탓하지 마라
나를 탓하고
너를 탓하라

사랑이 떠난 것은 가을 때문이다
바로 가을 때문에
사랑은 화려함을 빼앗긴다

3.
한 때 너는 숲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너무 무성해서
사슴도 노루도 찾을 수 없었던 그곳에서
너는 침묵했다

너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은
숲 속에 매설된 사랑의 지뢰 때문이었다

너는 가을색으로 치장했다
하여
나는 더욱 너를 찾을 수 없었다
가을이 끝날 때까지
가을색이 사라질 때까지

4.
강변에서 장미는 외로웠다
늘 일정한 거리에 있는
강물이 미웠다
비를 맞으면 강물이 떠올랐다

나를 스쳐간 빗물은 곧 강물이 될 거야
강물도 나를 기억할 거야
장미는 가을 속에서
가을의 신음소리를 낸다

5.
가을 앞에서
가을 속에서
우리는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정결한 마음으로
가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젊음이 불타고 있으니까
사랑이 익어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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