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꽃
별이 빛나는 밤
끝없이 펼쳐진 설원에서
너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너는 그곳에 없다
네가 남긴 언어만
눈 위에서 쓸쓸히 뒹굴고 있다
그것은 슬픈 흔적이었다
견딜 수 없는 삶의 무게 때문에
너는 떠났고
가슴 아픈 사연들이
응어리진 채 한을 남기고
사랑마저 연기처럼 사라진
그 자리에 나는 홀로 서있다
물안개 피는 호숫가에서
겨울의 편지를 읽는다
눈보라처럼 밀려오는
너를 향한 그리움
온몸을 떨면서
허공을 바라본다
눈이 쏟아지고
눈물이 쏟아지고
그리움을 껴안은 채 잠이 든다
어이 하란 말인가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인가
내 모든 것을 주었는데
이미 하나가 되어버린 후에
하나의 반쪽만이 남아
무엇을 어쩌란 말인가
겨울이 길을 떠난다
스스로 깔아놓은 하얀 길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사랑이 몸부림친다
겨울을 따라 왔다가
겨울을 따라 가버린 사랑이
슬픈 흔적을 남기는
겨울밤에는 설화(雪花)의 향기에 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