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남긴 선물>

 

어느 봄날 조용한 숲속에서 작은 새 한 마리를 보았다. 작은 새는 너무 귀여웠다. 나는 그 새 곁에 가만히 다가갔다. 새도 왠일인지 그대로 있었다. 새를 손에 넣은 나는 작은 둥지를 만들어주고, 먹이를 주고, 물을 주었다.

 

시간이 가면서 새에 정이 들었다. 새 역시 나에게 붙임성 있게 따라주었다. 새를 만나 행복했다. 새가 움직이고, 먹이를 먹고, 날갯짓을 하는 것을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용솟음쳤다.

 

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어떤 시간 보다도 삶에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가치 있다고 여겨졌다. 새도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 같았고, 만족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들판에 누런 황금빛 색깔에 취해 있었다. 가을바람은 아침 저녁으로 선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가 둥지를 떠났다. 아주 멀리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이별을 고하고 떠난 것이다. 나는 새가 떠난 자리를 쳐다보고 있다. 눈물이 흐른다. 가슴이 메어지는 듯하다. 새는 내 사랑을 가득 담은 보물이었다. 진주였다. 그 새가 어디론가 떠났다.

 

새가 어디로 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새는 새의 삶이 있는 것이고, 새만이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새에게 주었던 일방적인 사랑은 나의 고유한 문제였다. 그 사랑은 새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이었다. 새의 본질과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얻은 인식이었다.

 

나는 새가 남긴 흔적들을 모아 본다. 새는 여기 저기에 많은 자취를 남겨놓고 있었다. 새가 날갯짓을 했던 창공은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파란 하늘이었다. 새가 떠난 지금 그 하늘은 더욱 진하게 파란색이었다. 쓸쓸함! 바로 그것이었다. 새가 떠난 시간에 내가 느끼는 감정은 쓸쓸하고, 서운하고, 아쉬운 그것이었다. 새가 가을과 함께 내게 남겨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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