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⑲
정현은 최 계장을 불러 기초적인 사실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최 계장은 아주 성실하고 유능한 직원이었다. 수사하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 밤을 새우는 일에도 익숙했다. 두 사람은 함께 일을 많이 해서 호흡이 맞았다. 검사와 수사관은 바늘과 실 같은 관계에 있다. 서로 호흡을 맞추어서 일을 해야만 수사성과가 나온다. 법과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사명감이 투철해야 수사를 할 수 있다. 범죄에 대한 증오감이 넘치지 않으면 절대로 범죄인을 수사할 수 없고 처벌할 수 없다.
정현의 상급자인 부장검사는 일주일이 지난 다음 정현을 불렀다.
“이 사건은 규모가 크고 수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우리 부 전체가 팀을 짜서 수사를 하기로 했소. 내가 수사팀을 짜줄 테니, 부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고 박검사를 포함해서 모두 3명이 일단 수사를 시작하도록 해요.”
정현은 처음에는 혼자 단독으로 수사를 하다가 다른 검사의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가서 지원을 받으려고 생각했었지만, 부장이 그렇게 결정했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수사팀이 꾸려지고, 모여서 수사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수사팀장 주재로 팀원의 담당 업무를 정하고 곧 바로 본격적인 내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현은 김현식을 다시 불러 더욱 상세하게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약 보름 정도 지나서 마침내 정현은 일일주식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대상은 일일주식회사 사무실과 회장의 자택, 차량 등이었다. 정현이 직접 현장에 나가기로 하고, 수사관 10명을 지원받았다.
현장을 급습해서 압수수색을 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상대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첫째는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수사기밀이 새면 수사는 수포로 돌아간다. 수사기밀을 유지하는 것은 특별수사에 있어서 핵심이고 요체다. 알파요 오메가다.
또한 압수수색을 하러 갔는데 현장에서 직원들의 저항을 받게 되면 그 시간에 다른 직원들은 증거자료를 빼돌리는 시간을 벌게 된다. 그래서 신속하게 저항을 제압하고 압수수색하는 것이 필요했다. 철저한 준비만이 대책이다. 그리고 훈련된 직원이 필요했다. 압수수색을 많이 해 본 수사관들은 현장에 도착하면 신속하게 필요한 증거자료를 확보한다. 그렇지 않고 서툰 직원은 압수수색을 한다고 요란만 떨지 실제로 결정적인 증거자료는 찾지도 못하고 별로 소득 없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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