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지방출장을 다녀오면서 서울역에서 내렸다. 서울역은 옛날 대전에서 서울 다닐 때 많이 이용했던 역이다. 그래서 서울역에 내리면 감회가 남다르다.

서울역은 이제는 외국의 그 어떤 기차역보다 세련되어 있고, 규모도 크다. 오래 전에 미국 맨하탄역에서 기차를 타고 보스톤까지 가서 하루 밤 자고 온 적이 있다.

늦가을이었는데, 기차를 타고 가면서 주변의 강이나 호수, 산이나 들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마음껏 음미한 적이 있었다. 그 기차는 비교적 천천히 가는 기차였다.

서울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으니, 어떤 사람이 바닥에 앉아 구두주걱을 팔고 있다. 오직 구두주걱만 두 종류를 놓고 판다. 한 개에 2천원짜리와 3천원짜리다.

아주 작고 예쁘게 생겼다. 세 개를 사고 만원을 주고 일어나려고 했다. 나이 든 분이 눈도 잘 안보이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 분이었다.

내가 3천원짜리 세 개를 산다고 말하고, 만원짜리를 드린다고 했는데, 정말 만원짜리인지 확인을 열심히 한다. 손으로 앞뒤를 두세번 만져보고 정말 만원짜리인지 확인이 된 모양이다.

그리고 잔돈을 지갑에서 꺼내서 세어서 준다. 그 잔돈도 천원짜리인지 여러 번 확인하고 여섯장을 세어서 나에게 건네준다.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어떤 계산인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돈을 다 돌려주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천원짜리 한 장을 받고 일어났다. 아마 어떤 사람들이 천원짜리를 주고 만원어치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가 있었던 모양이다.

몸도 불편한 노인이 그곳에서 물건을 팔고 있으니 무척 안쓰러웠다. 걸어오면서 나는 쇠로 된 예쁜 구두칼 세 개가 주머니에서 딸랑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날씨는 춥고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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