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서>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니, 경비아저씨가 음식물쓰레기통을 모두 물로 씻고 있었다. 어차피 또 음식물쓰레기를 담을 통인데, 물로 왜 씻는지 궁금했다.
추운 날씨에 여러 개의 통을 물로 씻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 나는 날씨가 춥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택시를 콜로 불러 지하철역까지 가고 있는데, 그 아저씨는 차가운 물로 세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 기사는 나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보였다. 왠지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런 분이 내가 콜을 해서 탑승하는 장소까지 5분 넘게 달려온 것이다.
택시 안 라디오에서는 똑똑하고 잘 난 평론가들이 국제정세, 외교, 안보, 정치, 경제에 관해 만물박사인 것처럼 떠들고 있다. 그 사람들은 평론이 직업이니까 그것만 해도 먹고 사는 모양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매달려 다른 데 관심을 갖기가 어려운데...
암사역에서 내렸다. 출근시간이라 사람들이 많고 혼잡하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입구 에스컬레이터가 아주 좁다. 한 사람밖에 서지 못한다. 출근시간이라 사람들은 에스컬레터에서도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내려간다.
그냥 서서 가지 않는다. 모두 그렇기 때문에 나 혼자 서서 갈 수가 없다. 뒷사람에게 욕을 먹기 때문이다. 다른 에스컬레이터는 두 사람이 설 수 있기 때문에, 오른 쪽에는 서서 가고 왼쪽에는 걸어서 올라간다.
나도 하는 수 없이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지하철 환승역인 잠실역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겨우 비집고 탔다. 지하철에 서서 눈을 감고 목적지까지 왔다. 머릿속에는 많은 상념들이 맴돈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모든 생각이 흐릿하게 오락가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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