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체성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사랑이 보석이나 달처럼 보인다면, 인류 역사상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목숨을 걸고 환상에 젖거나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고, 사랑하고 싶어진다. 진실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사랑의 진실을 찾게 된다.

모든 사랑에는 전설이 있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여태껏 아무도 보지 못했던 사랑의 전설이 있다. 그 전설은 사랑 안에 깊숙히 숨겨져 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신비스럽게 남아 있다.

첫사랑의 여운이 끝까지 남아 있는 이유도 바로 사랑의 전설 때문이다. 어린 시절 느끼고 경험했던 첫사랑은 항상 같은 거리에 남는다. 가까이 다가갈 수도, 멀리 보낼 수도 없는 등거리에 서 있다.

첫사랑은 몸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정신으로 느낀다. 영혼에 깊숙이 박혀 빠져나가질 못한다. 첫사랑은 끊임없는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우리의 영혼을 아름답게 수놓게 된다.

모든 사랑은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살아서 움직이고 변형된다. 한번 맺은 사랑의 연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랑의 수명에 달려 있다. 짧은 시간에 끝이 나는 사랑은 단명의 운명을 가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잠깐 스쳐지나간 인연이지만 죽을 때까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사랑은 나름대로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사랑은 관계(Relation)에서 비롯된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 자체가 보이지 않는 추상성과 변할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진다. 사랑도 똑 같이 추상성과 가변성을 본질적인 속성으로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 때문에 고통을 받고, 그 상처로 인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변질시키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왜곡된다.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변질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즉시 알 수 있는 일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끌려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게끔 태어났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도록 태어난 인간이, 사랑을 거부하고, 사랑을 멀리하며, 사랑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살아간다는 건 그 자체가 비극이다.

사랑을 모르면, 먼저 사랑을 믿어라. 사랑이라는 존재가 분명 있다는 사실을 믿어라. 사랑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믿어야 한다.

사랑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져라. 사랑에 대한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사랑은 나타나지 않는다. 사랑은 사랑하려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찬란한 무지개이며 신기루다.

오아시스는 갈증을 느끼고 간절히 찾는 사람에게만 나타난다. 목이 마르지 않아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에게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는다. 왜 사랑하는지 묻지 마라. 사랑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사랑의 존재이유는 사랑을 확인시키는 데 있다.

그냥 사랑하라. 아무 것도 따지지 말고, 자신을 주어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라. 그래야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사랑을 얻어서 무엇 하느냐고 의문이 생기면 사랑을 포기하라. 사랑 대신에 다른 것을 추구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면 사랑이라는 존재를 부정하라.

사랑은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4월의 라일락처럼 피어난다. 한번 자신의 영혼을 휘어 잡았던 사랑은 죽을 때까지 그 영혼을 보랏빛으로 물들여 놓는다. 그게 사랑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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