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도 눈이 내렸다>
달빛에 취한 나를
바람이 길을 막았다
눈이 내리는 벌판에서
나는 울고 또 울었다
가로등에 기댄 채
흩어진 슬픔들을 주워 담았다
무표정한 사슴들이
목적지도 없이
산너머로 달려가고 있다
때로 깊게 신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차가운 촉감에 깨어
하늘을 본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텅 빈 가슴 속에는
채워도 채워도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
섬에도 눈이 내렸다
그리움을 품고 있는
동백나무 숲 속에
눈꽃이 흩날리고 있다
겨울향기에 젖은 채
눈이 내리는 바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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