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의 떨림>

그건 슬픔이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을 맞고
바람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은
잎새의 운명이었다

바람은 잎새에게
떨림을 알게 해주었다
낯선 이방인이었지만
곧 익숙한 연인으로
자리 잡았다

잎새는 믿었다
영원히 곁에 있을 거라고
함께 숨을 쉬면서
새벽을 맞을 거라고
낙엽되어 떨어질 때도
그 바람에 의할 거라고

하지만
바람은 바람이었다
머물 수 없는 걸 어쩌랴
정을 남길 수 없는 걸 어쩌랴

바람은 떠났다
어둠만을 남기고
아무런 흔적도 없이
잎새 곁을 떠났다
새벽을 맞은 잎새의 떨림은
바람에 한 떨림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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