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아플 때 위로받고
피곤할 때 쉼을 주는 곳

한 때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곳에서 행복했고
풋풋한 향기가 났다
부드러운 미소로 전달되던 의미는
삶을 키워가는 유일한 효소였다

어느 날 찾아온 단절
그것은 모든 것을 빨아들인 진공이었다
진실은 허공에 뿌려지고
그곳에는 불꽃 축제 뒤의
허망함이 뒹굴며 신음하고 있다

다시 돌아간다는 건
그곳에 다시 삭풍을 막아줄
따뜻한 둥지를 만든다는 건
사라진 불씨 때문에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가슴에 담아 두는 일이다
아프기도 했고
진하게 감동을 받았던
우리가 만들었던 작은 행복을
망각하지 않는 일이다

외로울 때 그 추억을
다시 꺼내 되새김질하자
서로의 순수를 훼손하지 말자
에덴이라고 불렀던
둘만의 공간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벗어났다고 믿자

겨울이라 그곳이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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