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연>

은행잎이 너무 쌓여
가을이 깊은 줄 알았어
수은등에 비친 표정에서
낯선 운명을 예감했던 거야

그냥 좋았어
같이 걷은 것만으로 행복했고
동행의 소중함을 느꼈어

네가 내 안으로 들어오고
내가 네 속으로 들어간 것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마음을 나누었던 거야

진하게 뒤섞인 둘은
언제나 불완전한 하나인 거야

그래서 늘 불안하고 아팠어
내 안에 네가 슬플 때
내 속의 네가 아플 때
슬픔은 내게로 밀려왔어
아픔은 내게로 들어왔어

이젠 어쩔 수 없어
낯선 장면은 모두 사라지고
익숙해진 시간과 공간
모두 우리들의 것이 되었어

어제처럼 그대로 있어
둘이 밀착되어 하나처럼
오늘도 같은 방향을 바라 봐
그래야 함께 갈 수 있으니까
내일도 다시 손을 잡아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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