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5)
윤석과 혜경은 저녁 식사를 하고, 이태원에 있는 술집으로 갔다. 미군 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하기 전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이태원은 역시 이태원이다. 아직도 일부 부대가 남아있고, 외국인 주거지역이 많이 있기 때문에, 영어로 된 간판이 많고, 외국거리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위기 있는 술집으로 가서 두 사람은 술을 많이 마셨다. 이상하게 혜경이 먼저 술에 취했다. 혜경은 오늘 따라 말을 많이 했고, 왠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술에 취한 혜경은 윤석에게 자신은 하얏트 호텔에서 자고 갈테니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윤석은 알았다고 하면서 택시를 잡아 하얏트 호텔로 갔다. 그리고 호텔로 가서 다시 혜경을 데리고 지하 1층으로 가서 술을 더 마셨다.
그런 다음 호텔 방을 하나 잡아서 혜경 보고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 혜경은 알았다고 하면서 술에 많이 취한 상태에서 방으로 들어갔다. 윤석은 로비라운지에서 커피를 시켜 창밖의 야경을 보고 있었다. 술도 좀 깨고, 그렇지 않아도 혼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싶기도 했다.
하얏트 호텔 로비라운지에서 보는 한남동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로비에서는 피아노 연주를 조용히 하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난 다음, 윤석은 일어나기 전에 혜경에게 전화를 했다. 잘 자라는 말을 하고, 이제 자신은 집으로 들어간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혜경은 전화를 받았는데, 울고 있던 목소리였다. 그러면서 알았다고 하면서 윤석에게 조심해 들어가라고 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윤석은 그런 전화를 받고 그냥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일단 집으로 전화를 해서 오늘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고 아주 늦을 것이니 먼저 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혜경의 방으로 올라갔다. 혜경은 그러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냥 돌아가라고만 했다. 윤석은 하는 수 없이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이태원으로 가서 혼자 술을 마셨다. 혜경은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윤석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윤석은 마음이 아팠다.
혜경이 갑자기 왜 그러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혼자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고, 윤석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고, 상의도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윤석은 그냥 혜경의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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