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파도는 동백꽃을 향했다
작은 섬에 숨어있는 꽃을 찾아왔다
오직 하나의 대상을 위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왔다
무수히 많은 바람을 견디며
낯선 갈매기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파도는 계속 나아갔다
파도는 마침내 섬에 이르러
자신의 몸을 던졌다
만남을 위해
그리움을 불태우기 위해
바위에 부딪치며 울었다
파도가 부딪칠 때
바위도 함께 울었다
꽃은 침묵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파도 소리도 듣지 못했던 것일까
달빛에 취해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꽃은
어둠속에서도 가슴을 채워줄
정열의 화신을 기다렸다
파도는 지쳐 쓰러졌다
하얀 거품을 뿜으며
슬픔을 바다에 뿌리고 있었다
파도의 눈물 때문에
촉촉이 젖은 바다에는
진한 사랑이 표류하고 있었다
바다는 짙은 어둠속에 묻히기 시작했다
먼곳에서 촛불이 켜졌다
파도는 꽃을 위해
간절한 기도를 하고
달빛을 맞은 꽃잎은 파르르 떨었다
짙은 안개가 내리고
파도와 꽃 사이에는 안개가 깔려
서로를 잡을 수도 없고
껴안을 수도 없는 안타까움에
파도는 거칠게 몰아쳤다
꽃잎은 바람을 핑계로
바다로 몸을 날렸다
파도는 꽃잎을 껴안았다
파도에 실려 넘실대는 꽃잎을
바람이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에 젖은 꽃잎과 파도가
문득 정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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