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암사역에서
제목을 이렇게 다니까, 무슨 노래 가사같다. 한 동안 유행했던, ‘안동역에서’가 떠오른다.
어제는 퇴근하면서 지하철을 탔다. 서초역에서 2번을 타고, 잠실에서 8호선으로 갈아탄다. 잠실역에서 환승하는 퇴근 시간은 정말 사람들로 붐빈다. 절반 이상은 내리고 다시 타는 것같다.
잠실역에서 암사역까지는 네 정거장밖에 안 된다. 몽촌토성역 - 강동구청역 - 천호역 - 암사역이다.
암사역은 종점이다. 그래서 암사역에 내릴 때에는 최희준 씨가 부른, ‘종점’이라는 노래가 가끔 떠오른다. 1988년에 이봉조 씨가 작곡했다. 더 오래 전에 나온 것 같은 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1988년에 나온 음반이라고 한다.
<너를 사랑할 땐 / 한없이 즐거웠고 / 버림을 받았을 땐 / 끝없이 서러웠다>
가사 내용에 비추어보면 제목이 종점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무튼 ‘종점’이라는 제목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억에 오래 남고, 나름대로 심오한 의미를 남긴다.
암사역도 종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온다. 나도 군중속에서 떠밀려 밖으로 나온다.
역구내에는 물건을 싸게 파는 임시매장이 생겼다. 양말이 천원이다. 세 켤레 샀다. 상표는 다른데 대일밴드 같은 것도 100개 들이가 천원이다. 그것도 세 개 샀다. 모두 6천원이다. 이런 것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나도 싸구려인생인 것같다.
역에서는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가 나이 들어 보이는데 무척 피곤한 모양이다. 내가 가는 목적지, 부근에 가서 길 안내를 하면서 말을 해도 통 대답을 하지 않는다. 교통카드를 대겠다고 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별로 살고 싶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단거리를 가니까 다행이지, 이런 기사분과 장거리를 갔다가는 내 목숨이 위험할 것같았다.
나이 들면 그럴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삶이 피곤하고 지치기 때문에 남과 불필요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택시를 타면 정말 서로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참 편리한 세상이지만 너무 삭막해진 것 같아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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