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6)

이런 상황에서 지현은 명훈을 만나 몇 차례 사랑을 나누었고, 명훈이 꼬시기 위해 현에게 돈도 잘 쓰고, 외제차에 고급 원룸까지 있으니까 명훈에게 푹 빠져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명훈은 지현을 수준 낮은 또라이로 우습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만나주지 않으면, 지가 어떻게 하겠어? 그냥 낙태수술하겠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나 같은 프로도 실수할 때가 있는 거야. 정말 재수가 없네. 잘 나가던 이 명훈이 고생 좀 하겠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명훈은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할 때 피임에 더욱 신경을 썼다. 반드시 임신주기인지 물어보고 위험하다 싶으면 콘돔을 사용했다. 그 전에는 여자들이 알아서 하려니 했다. 그리고 몇 여자들은 임신이 되자 곧 바로 낙태를 했다. 그때마다 명훈은 고생한다면서 병원비 이외에 수고비로 200만원씩 주었다.

여자 아이들은 낙태를 하고도 명훈이 돈까지 주면서 격려해주자 고마워했다. 명훈은 산부인과까지 따라가서 아이 아빠로 사인도 했다. 명훈은 낙태수술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들과 또 섹스를 했고, 그 여자들도 응해주었다.

이 여자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낙태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낙태수술을 하면 여자의 몸이 얼마나 망가지는 것인지, 전혀 개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여자는 친구들과 같이 낙태수술을 하러 갔다가 나와서 저녁에는 술을 마시러 가기도 했다.

여자 부모가 이런 사실을 알면, 자신의 딸을 임신시키고, 낙태를 시키고, 책임도지지 않으려는 명훈을 정말 정말 나쁜 인간이라고 욕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명훈을 만나 따지고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딸을 정말 어리석고 바보 같다고 속상해 했을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요지경으로 미쳐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TV에서는 가끔 낙태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아직은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서 토론을 벌이고,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명훈은 이런 것을 보면서도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곧 채널을 돌렸다. 다른 프로에서는 어떤 연예인이 어떤 재벌집 손자와 결혼하려고 한다는 시선을 끄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그 연예인은 행복에 겨워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명훈은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아마 저 여자도 한 두 번은 낙태를 했겠지? 그걸 숨기고 결혼하려는 걸거야.’ 하지만 남의 사생활은 어디까지나 사생활이다. 명훈이 참견하거나 알려고 해도 알 수도 없는 개인정보다.

많은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입장과 이익만을 생각한다. 남이야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 냉정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아들이 강간을 하면 아들만 생각한다. 피해자인 여자가 잘못했기 때문에 강간을 당한 것이고, 그게 무슨 강간이냐, 지가 좋아서 했지라는 주장을 한다. 아들 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강간 당한 딸 부모 입장에서는 남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 딸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동안 세상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Me Too운동도 마찬가지다. 피해를 당한 여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인 남자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게다가 문제가 터지면, 꼭 거짓말로 넘어가려고 한다.

‘나는 절대로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 성관계를 한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의 자유의사에 의한 동의하에 한 것이다. 여자가 저짓말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억울한 사람이다.’라고 강변을 한다.

가해자인 남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모여서 한목소리를 낸다. ‘여자가 동의를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그런 성관계가 가능하겠느냐? 그리고 지금까지 왜 가만 있다가 갑자기 당했다고 고소를 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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