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8)

지현은 혼자 생각에 이렇게 헌신적으로 사랑할 각오를 가진 자신과 결혼하면 명훈도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지현은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여자보다도 명훈에게 잘 하고, 명훈을 행복하게 만들고, 내조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물론 지현이 명훈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고, 나이도 명훈보다 5살이나 많았지만 그런 것들은 아무런 장애가 될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도대체 요새가 어떤 세상인데, 연상 여자와 결혼하는 커플이 얼마나 많은가?

더군다가 여자는 이혼해서 아이까지 있는데, 남자는 초혼이다. 이혼한 여자가 연상임에도 불구하고 잘 생기고 능력있는 미혼의 남자와 결혼해서 아주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다.

그런데 지현이 명훈보다 5살 많은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여자가 남자보다 나이가 많으면, 집안일도 잘 하고, 세상사는 지혜가 있어 남자를 더 잘 보살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지현은 남녀 사이에서는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새는 국경을 넘는 사랑도 숱하게 있지 않은가? 한국 남자들이 베트남 여자와 결혼하고, 필리핀 여자와 결혼하고,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한국인과 결혼해서 많은 언어의 장애, 신체상의 차이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아닌가?

지현은 때로 고민도 했다. 명훈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집안도 돈이 많다. 말하자만 서울에서 상류층에 속한다. 명훈은 금수저다. 그런데 지현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매우 초라한 서민이다. 집안도 내세울 게 전혀 없다.

그렇다고 지현이 탤런트처럼 미모를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것도 아니다.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래가 유망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운전면허증 빼고는 특별한 자격증도 없다. 그런데 과연 이런 처지에서 명훈과 결혼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도 보면 재벌 회장집 자녀들이 아주 빈곤한 가정에서 사위와 며느리를 데려다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학력이 낮은 탤런트도 고학력의 교수나 판검사와 결혼하는 세상이다. 교통사고를 낸 재벌 아들이 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동정하다가 결혼까지 하는 사례도 있다.

사랑과 결혼에 있어서 학력이 무슨 문제인가? 결혼해서 애 낳고 남편 뒷바라지 하는 데는 영어나 수학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배운 ‘가정’과목만으로 충분하다. 사실 너무 많이 배운 여자들은 잘난 체나 하고, 남편에게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소문도 들었다.

요리는 앞으로 학원에 다니면 된다. 바느질은 이제 할 세상이 아니다. 자녀를 교육시키는 것은 유치원부터 학원에 열심히 데리고 다니면 선생님들의 몫이다.

지현은 지금 아이를 뱃속에 가지고 있다. 태아의 움직임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가 유산될까봐 매우 조심하고 있다. 그렇지만 카페 아르바이트 일은 계속하지 않으면 당장 월세를 내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다.

명훈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싶지만,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 그러면서 지현은 매일 명훈에게 편지를 써서 핸폰으로 보냈다. 사랑한다고, 그리고 아이를 잘 케어하고 있다고, 평생 잘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지현은 지현대로 일방적으로 명훈만 짝사랑하고, 뱃속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명훈과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아르바이트 일도 했다. 오직 명훈만을 생각하면서 다른 남자들은 일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불행했던 과거는 모두 깨끗이 잊기로 했다. 새사람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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