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사랑의 상처

사랑하는 사람은 때로 신음한다. 사랑을 상실했을 때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다. 진하게 집착할수록 상실의 고통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랑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어쩌랴? 누가 사랑하고 싶어 사랑했던가? 사랑은 어쩔 수 없는 이끌림이다. 그래서 끌려 들어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사랑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노예로 만들어놓는 폭군이다. 사랑의 폭군 앞에서 우리는 작은 행복을 얻지만, 그 다음에는 견딜 수 없는 운명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무한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에 대해 쏟은 시간과 에너지가 때로 이별 앞에서 무력화되기도 한다. 이별은 사랑을 한꺼번에 휩쓸고 지나가는 쓰나미다.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모두 쓸어가 버리는 이별은, 사랑을 상실하게 만들고 심성을 황폐화시킨다.

<<‘가끔 그런 일이 있다. 해일이 바다 밑바닥을 뒤집어놓듯이, 존재 자체를 뒤집어내는 그런 일, 잊은 줄만 알았던 과거가 혼령처럼 불려나와 아무리 술을 마시고 취해 엎어져 있어도, 마음 속에서 누군가가 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나온 자리마다 붉은 상처가 선연하고 돌보지 않은 상처들은 이제 악취를 풍기고 있다.’(공지영 장편소설, 도가니, 258쪽에서) >>

공지영이 지적하고 있듯이 사랑이 남긴 상처는 붉다. 그리고 선연하다. 그 상처를 돌보지 않으면, 방치하면 악취가 나게 된다.

사랑의 밝은 면만 보고 있었던 사람들은 이별의 상처 앞에서 견딜 수 없는 단말마적인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내 맘 알 것 같다면 옆에서 같이 울어줘요/ 얼마나 더 울어야 제대로 사랑할까요/ 참 좋았어 너무 좋아서 더 아프죠/ 사랑에 또 속은 내가 미워’(윤하, 오늘 헤어졌어요, 가사 중에서)

사랑의 상처는 오직 자신만이 보다듬고 낫도록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 그 누구도 사랑의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 사랑의 상처는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상처의 깊이도 본인 이외에는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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