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3)
정숙은 얼굴이 예쁘고 남자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대쉬를 하는 성격이어서 그 후 많은 남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남자 친구가 많았다. 지현에게도 정숙은 늘 남자 친구가 너무 많아 모두 관리하기가 힘들다면서 자랑 겸 불평을 했다.
어떤 날은 두 남자와 데이트가 겹쳐서 낮에 한 남자 친구와 모텔에 가서 성관계를 하고, 또 밤에 다른 남자 친구와 다른 모텔에 가서 성관계를 하기도 했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때만 해도 지현은 그런 정숙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여자가 하루에 두 남자와 성관계를 할 수 있을까? 아프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성관계가 될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더 나이를 먹어서 들어보니, 성매매하는 여성들은 하루에 7~8명씩 다른 남자들과 성관계를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숙이 하루에 두 남자와 성관계를 하는 것은 가능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은 이렇게 요지경 속이다. 남자와 여자가 은밀하게 하는 성행위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것은 사랑과 섹스의 은밀성, 비밀성, 폐쇄성, 비공개성 때문이다. 이런 속성 때문에 늘 사랑에는 진실과 거짓, 위선과 가식이 혼재한다. 동시에 존재한다.
그럼으로써 모순과 갈등을 초래한다. 속이는 자와 속는 자! 이용하는 자와 이용 당하는 자,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지현은 정숙을 만나서 많은 남자 이야기를 들었고,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정숙은 완전히 사랑의 달인, 사랑학의 박사가 되어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놀기를 좋아해서 글로 표현할 능력은 없었지만, 말로 설명하거나 전해주는 것은 아마의 경지를 넘어 프로의 세계에 진입해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랑을 경험하고, 즐기고 놀고 지냈던 정숙은 1년 전에 아주 괜찮은 순진한 남자, 능력 있는 남자의 총애를 받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부모의 재산을 많이 물려받은 상속인이었다.
외동 아들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에 또 어머니까지 돌아가셔서 1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상속받았다. 그 사람의 부모님은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돌아가시기 전에 상속세나 증여세를 잘 해결해 놓았다.
그래서 세금도 많이 내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금은 정숙이 그 많은 재산관리를 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정숙은 그래서 회계학원에도 다니고, 재산관리하는 것도 공부했다.
지금은 돈 많은 부잣집 와이프가 되어 엄청 몸조심을 하고 있다. 일체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는다. 원래 한참 놀 때 정숙는 자신의 본명을 쓰지 않았다. 멋있게 보이려고 영어 이름을 썼다. 코니라는 애칭을 썼다.
물론 영어는 잘 못했다. 아는 것은 팝송의 가사였다. 가사 공부는 많이 해서 팝송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마치 미국 뉴욕에서 10년 살다 온 사람 같이 보였다. 집도 응봉동이라고 거짓말로 속였다. 나이도 속였다. 늘 25살이었다.
결혼한 후에는 비로소 정숙이라는 본명이 자주 등장했다. 그래서 그런지 조실하게 사는 지금, 옛날 만났던 남자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성형수술도 해서 언뜻 보아서는 잘 못 알아보게 되기도 했다.
늘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에만 다니기 때문에 수준 낮은 옛 남자 친구들은 만날 기회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다 돈의 효용이고 위력이었다. 정숙의 남편은 이 세상에서 여자는 정숙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편은 정숙이 처녀로 시집온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정숙이 첫날 밤 남편 모르게 작은 병에 준비해두었던 피를 시트에 묻혀 놓았기 때문이었다. 사전에 그 연습을 최소한 20번 이상 했다는 말을 지현은 듣고 놀랐다.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정숙은 달랐다. ‘돈 많은 외동 아들과 결혼하고, 자신이 대접받고 잘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인데, 왜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도 하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는 여자는 남자에게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게 정숙의 소신이고 철학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현은 바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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