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사랑 때문에
오래 동안
서로를 괴롭혔던 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식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싸늘해진
사랑의 흔적 앞에서
우리는 똑같은 슬픔을 느꼈다
두 사람 이외에
또 따로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던
사랑이라는 존재의 상실
그 상실 앞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의 형상을 깨달았다
사랑은 저 혼자 태어나
저절로 자라서 뿌리를 내렸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괴물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무력했다
사랑이 웃으면 행복했고
사랑이 울면 불행했다
사랑이 잠을 잘 때
편안히 숨을 쉬었고
사랑이 불면의 밤을 지새울 때
함께 밤을 새웠다
이제 사랑이 떠났다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곳으로
아주 멀리 떠났다
아무런 기약도 없이 떠난 사랑을
우리는 더 이상 소망하지 않는다
어느 별에 닿아
그곳에서 아름다운 추억의 탑을 만들기를
그곳에서 우리들의 이름이
함께 기억되기를 기도한다
사랑에서 떨어지고 내팽개쳐진
우리들이 어디로 갈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사랑이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했기에
우리의 마음은 한결 따뜻해졌고
서로의 정이 담겨져 있었기에
가슴은 훈훈해졌다
그것으로 우리는 만족해야 한다
사랑에 빠졌던 우리들이
함께 울고 웃었던
저 초원의 풀들이
바람을 따라 내게 다가왔다
우리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사랑 때문에
떠나간 사랑 때문에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Touch by Touch (0) | 2021.01.27 |
---|---|
너만을 위해 (0) | 2021.01.26 |
차가운 시간 (0) | 2021.01.26 |
원형의 문신 (0) | 2021.01.26 |
다시 사랑한다는 건 (0) | 2021.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