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5)
명훈 아빠는 다시 검사실로 출석했다. 변호사를 대동하고 들어갔다. 검사는 다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했다. 제1회 조사받은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서 설명해 준 다음,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명태주식회사 박국경 사장을 들어오게 해서 대질조사를 시작했다.
대질조사(對質調査)라 함은 검사가 피의자와 참고인을 동시에 앉혀놓고 조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진술한 내용을 참고인에게 ‘피의자가 진술한 이 부분의 진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실은 어떠한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그러면 참고인이 그에 대해 진술을 한다.
‘피의자가 하는 진술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는 이렇게 된 것이다. 그에 대한 증거는 이런 것이 있다.’라는 식으로 진술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검사는 피의자와 참고인의 진술을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상에, 각각 진술자를 표시하고 진술내용을 기재한다.
대질조사의 목적은 서로의 주장이 다를 때 두 사람을 동시에 조사함으로써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밝혀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 고소사건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동시에 조사함으로써 피의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에서 하는 것이다. 많은 사건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은 대질조사를 하면 100% 상반되는 내용의 진술을 한다.
그러면서 서로 상대방이 거짓말한다고 비난한다. 먼저 피고소인이 말한다. “고소인 저 여자는 입만 떼면 거짓말하는 사람이예요. 악질이예요. 검사님 믿지 마세요. 저는 절대로 거짓말하지 않아요.”
이에 대해 고소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뭐라고! 검사님. 저 여자는 숨만 쉬면 거짓말이 저절로 나와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얼마나 거짓말만 하고 사기를 치고 다니는지, 정말 무서운 여자예요. 내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인데 왜 거짓말을 해요?”
이런 식이다. 뇌물사건에서 대질조사하는 것은 공무원은 돈을 절대로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뇌물을 준 업자는 돈을 주었다고 하니까 두 사람을 동시에 조사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것이다.
서로의 주장이 너무 다르면 검사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두 사람을 동시에 심리테스트를 하면 진실반응과 허위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수사에 참고자료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거짓말탐지기 측정은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 당사자가 거짓말탐지기 측정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더 이상 강요하지 못한다.
“명태주식회사 사장은 피의자로부터 하청을 받고, 하청대금 중 2억 원을 리베이트로 주었고, 그에 대한 증거로 은행송금자료를 제출하고 있는데 피의자는 왜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는가요?”
“제가 부인하는 게 아닙니다.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그것은 거래업체로서 일시 빌려 쓴 것이고, 나중에 2억원을 모두 돌려주었습니다. 돈은 일부 자기앞수표로 주고, 나머지는 5만원 현금으로 주었습니다. 지금 증거자료를 찾고 있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닙니다. 저는 심영성 사장(명훈 아빠)이 하청을 주면서 처음부터 2억 원의 리베이트를 하청대금에서 떼어서 돌려달라고 해서 통장으로 보내 준 것입니다. 그후 정사장이 저에게 반환한 사실은 전혀 없습니다. 심 사장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 사장은 명태 사장이 리베이트 준 사실을 검찰에 신고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왜 저런 진술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앞으로도 명태주식회사와 거래를 하려고 하고 있는데, 저렇게 하면 누가 하청을 주겠는가? 리베이트야 업계의 당연한 관행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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