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6)
리베이트라 함은 이 사건에서처럼 어떤 회사에 공사를 맡기고 공사대금을 20억 원으로 과다책정한다. 그리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다.
공사를 맡은 업자는 부풀려진 공사대금 20억원 가운데 실제 자기가 받아야 할 금액인 18억원은 진정한 공사대금으로 받아 쓰고, 처음부터 돌려주기로 약정했던 2억 원은 이른바 리베이트 명목으로 공사를 맡긴 회사에 현금으로 돌려준다. 그리고 이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다.
그러면 공사를 맡긴 회사에서는 2억원을 대표이사 개인 통장으로 받아 개인이 사용한다. 이것은 회사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며, 법인에 대한 업무상횡령죄가 되고, 탈세가 된다.
심 사장은 동해주식회사로부터 2억원을 개인통장으로 받았던 것인데, 리베이트를 받은 객관적인 증거가 드러났기 때문에 다시 돌려주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검사는 대질조사를 하면서 집요하게 파고 들었지만, 심 사장은 끝내 범죄사실을 부인했다. 시청 공무원과의 대질조사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법인 자금으로 애인 오피스텔을 얻어 준 부분도 심하게 추궁받았다. 결국 명훈 아빠는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명훈 아빠는 파김치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공황상태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검찰에 의해서 구속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변호사도 특별한 대책을 세워주지 못하고 있다.
검찰에서는 상대방과 말을 맞추지 못하도록 일체 연락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명태주식회사 사장도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고, 뇌물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시청 공무원에 대한 조사도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회사 비자금을 5억원 만들어 사용했다는 부분도 검찰에서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구속이 무서워서 도망갈 수도 없다.
도주하면 곧 바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될 위험이 있다. 증거를 인멸한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주 외국으로 피해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으나 그러면 회사는 부도난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 사건 수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밤에 잠도 못자고,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면 모든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자신은 구속되어 징역을 몇 년 살고, 회사는 부도나고, 신문에 나면 명예는 추락한다. 앞으로 관청 일은 더 이상 볼 수도 없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것이 너무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이었다.
너무 억울했다. 고생해서 이제 잘 살 수 있는 때가 되었는데, 놀지도 못하고, 악착같이 일을 했는데, 너무 억울했다. 이럴 때는 아무하고도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심지어 부인과도 자꾸 말하기 싫었다. 걱정해봤자 부인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변호사도 돈을 많이 주고 선임했지만, 별로 도움도 되지 않고 있다.
변호사는 남의 일이기 때문에 명훈 아빠처럼 크게 걱정도 하지 않는다. 먼저 전화를 해오는 일도 없다. 꼭 명훈 아빠가 먼저 전화하고 찾아가야 그제서야 비로소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세상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외로웠다 그렇다고 형제들에게 말을 해봤자, 창피하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남자의 바깥 생활, 사업, 대외관계는 언제나 이렇다.
모든 것이 자신의 어깨에 지고 있는 짐이다. 자기만의 삶의 지게에 올려져있는 무거움이다. 점점 공황상태가 되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우울증세도 나타날 것이고, 대인기피증세도 나타날 것이다. 잘못하면 자살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TV를 켰다. 그리고 술을 찾았다. 그동안 집에서는 담배를 피지 않았는데, 하는 수 없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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