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서>
무엇 때문에 사랑했을까?
앞을 보지 않고 달려갔던
사랑의 초원에서
우리는 무릎을 꿇었다
사랑 앞에서
사랑의 눈물 앞에서
그냥 말없이 울었다
기다리던 시간
너는 보이지 않았다
온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고
너는 어디론가 떠났다
무엇을 위해 사랑했던가?
차라리 먼저 잊을 것을
너 보다 내가 먼저
사랑을 떠나보낼 것을
이제는 재만 남았다
붉게 타오르던 그 열정의 불꽃
우리 사랑을 새까맣게 태우고
벌거벗은 사랑을 부끄럽게 한 뒤
겨울 나무 가지에
사랑을 매달아 놓고
저 만치 울면서 떠났다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삶 자체가 허망했듯이
사랑도 허공을 맴돌다
강 건너 저편으로 사라졌다
무엇을 사랑했던 것일까?
사랑은 사랑으로 남는 것
미련을 남기지 말자
더 이상 기억하지 말자
우리가 사랑했던 건
흰빛의 순수 그 자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