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96)

강교수는 학교에서 좋은 보직도 맡고, 부교수가 되어 승승장구했다. 경영학 분야에서는 지역에서도 아주 유명 인사가 되었다. 학생들에게서 평이 좋았다. 미경의 미용실도 두 군데 더 차리게 해서, 경영기법도 알려주었다. 미경도 매우 행복했다.

존경하는 대학교수를 애인으로 두고, 자신의 비즈니스에도 도움을 받으니 일거양득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있었으므로, 두 사람의 밀회는 미경이 혼자 사는 아파트로 정했다. 그곳에는 강교수의 옷이나 노트북 같은 것도 가져다 놓았다. 누가 보면 부부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미경이 강교수의 애정행각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었다. 미경은 처음에는 단순한 연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정이 깊어가고, 강교수와 결혼은 하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남자로 붙잡아두고 싶었다.

강교수의 부인과는 원래 사이가 나쁘다고 하니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보다 5살이 어린 강교수가 미경과 애인으로 지내면서 다른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강교수가 평소와 달리 피곤하다면서 관계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미경은 강교수의 핸드폰을 몰래 열어보았다. 그곳에서 강교수가 어떤 젊은 여자와 자주 연락을 하는 것을 알아냈다. ’첩이 첩 꼴을 못본다‘는 속담처럼 미경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렇게 되면 ’나이 먹은 나를 이용해먹고 배신하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차분하게 연구를 한 끝에 그 젊은 여자를 만났다.
“강교수님은 나와 연인 사이예요. 내 인생을 모두 건 분이예요. 그런데 아가씨는 나이도 어린데 왜 유부남을 만나요? 헤어지세요.”
“저는 강교수님과 아무 사이도 아니예요. 강교수님은 저의 지도교수님이었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저는 좋은 회사에 취직을 했어요. 그래서 고마워서 가끔 만나는 것뿐이예요.”
“아무튼 아가씨와 강교수가 어떤 관계든 상관없어요. 지금부터는 절대 연락하지 말고 만나지 말아요. 강교수는 내 사람이니까.”

그 젊은 아가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경을 이상한 여자로 쳐다보고 있는 것같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것처럼 보이는 아가씨는 젊고 싱싱했다. 낚시로 건져낸 퍼득이는 고등어같았다. 그 젊음 앞에서 미경은 몹시 절망했고, 기분이 나빴다.

“내가 오늘 당신이 자주 만나는 그 아가씨를 만났어요. 무슨 관계냐고 물었더니 아무 관계도 아니래요. 그래서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했어요. 미안해요. 공연히 당신을 의심해서...”
“아냐 괜찮아. 내가 딴 짓을 하지 않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강교수는 이미 미경을 만나기 전에 그 아가씨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두 사람은 앞으로 더욱 은밀하게 다른 사람 모르게 만날 상의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강교수의 부인이 바람을 핀 것이었다. 강교수의 부인이 운전하던 차가 접촉사고를 냈다. 그래서 강교수가 사고 소식을 듣고 곧 바로 달려가서 블랙박스를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차 안에서 강교수 부인이 다른 남자와 정사를 하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강교수는 부인과 싸움을 했다. 그랬더니 부인은 오히려 당당했다.

“당신이 만나고 다니는 여자들 모두 증거를 이미 확보해놓았어. 내가 바람 핀 것은 거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야. 어려운 한자말로 조족지혈이라고 하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넘어가. 원하면 이혼도 해주고, 당신 인생 끝장을 내줄테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바람 필 충분한 자격이 있어. 하지만 당신은 대학교수잖아! 대학교수가 그따위로 위선 떨고 이 여자 저 여자 연애나 하고, 그것도 그 여자들 이용이나 하고 사는 사람은 더 이상 살 자격이 없다고 봐. 나는...”

그래서 강교수는 당분간 미경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부인과 ‘사랑과 전쟁’이 시작될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미경을 계속 만났다가는 미경과 함께 심해 속으로 침몰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젊은 아가씨에 대해서도 부인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그 아가씨도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알려주었다. 이런 상황이 오래 계속되자, 미경은 나름대로 강교수가 부인 핑계대고 자신을 멀리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강교수로부터 모든 정을 거두어들였다.

가을에 추수를 해서 창고에 쌓아놓듯이, 강교수와의 사랑의 추억을 보이지 않는 곳에 폐기처분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미경은 놀랐다.

한 때 깊은 정이 들어 없으면 못살 것 같은 강교수의 존재가 전에 사랑을 나누다 감방에 간 건달들과 아주 똑 같은 무게와 질량으로 느껴지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 남자라는 동물은 성교의 의미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 떠난 자리  (0) 2021.02.12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암사역까지 갔다  (0) 2021.02.12
사랑의 대칭성  (0) 2021.02.12
진정한 사랑의 의미  (0) 2021.02.12
우연히 네가 나타났다  (0) 2021.02.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