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탑(love tower)
사람들은 어떤 상징을 그린다
가지고 싶은 것을 표현하며
해와 달, 꽃을 그려 놓는다
더 나아가 탑을 쌓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달리
탑을 쌓는 일은 무척 힘이 든다
탑을 쌓는 것은
영원을 추구하는 일이다
사랑을 그리는 것과
사랑의 탑을 쌓는 것은 차이가 있다
순간과 영원의 차이다
그림은 순간을 묘사하고 있지만
탑은 영원에 도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말을 잊었다
너무 사랑하고 있기에
서로의 모든 것을 느끼고 있기에
행복은 찾아왔다
지금 이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사랑이 움직이고 있다
사랑이 타오르도록
침묵하자
너의 미소는
모나리자가 되고
너의 숨결은
가을 바람처럼 다가오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정지된 상태에서 느껴진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말없이 손을 껴안자
사소한 동작도 금지된다
사랑을 깨우면 안 되기 때문에
움직이지 말자
조용히 첫눈을 맞는다.
하얀 눈 같은 우리 사랑은
순수함을 드러내고
강렬한 순백의 색깔은
어두움을 떨쳐내고 있다
사랑 때문에
밤새 눈을 맞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에게 두 사람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숙명처럼 붙잡아야
살 수 있는
생명의 동일체라는 사실을
깨닫고 또 깨달았다
뼈가 부서질듯한 포옹으로
애정은 확인되지만
사랑의 탑은
아무리 쌓고 또 쌓아도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바벨탑처럼
완성의 직전에서 무너져 버리는
신의 노여움 때문일 것이다
완전한 사랑은
영원히 얻어지지 않는다
연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쉬지 않고 사랑의 탑을
쌓아 나가는 것 뿐이다
우리는 맹세한다.
별을 보고, 달을 보면서
죽을 때까지 변하지 말자고
어떤 파도에도 맞서고
어떤 유혹에도 견디며
사랑의 탑을 세우고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자고
약속하고 또 약속한다
우리가 세웠던 그 탑은
천년 후에도
꿋꿋하게 남아
사람들을 일깨워줄 것이다
그 옛날
어떤 두 사람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랑을 했고
차가운 겨울 날에도
사랑의 탑을 쌓기 위해
손을 호호 불었고
밤새 눈을 맞고 있었다고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