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를 맞으며 상념에 젖는다.
비가 내리는 이 밤에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뜨겁게 사랑했다.
서로에게 모든 것을 바쳤다.
자신들의 운명을 걸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부모님들의 끈질긴 반대로
한 쪽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들은 더 이상의 용기가 없었다.
운명을 걸었으나
결국 운명에 굴복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따로 결혼했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였다.
그렇지만 한번 고열의 용광로에 들어갔다가 나온 존재는
더 이상의 고온이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
두 사람은 불행의 씨앗을
원초적으로 내포하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을 토로하다가 모두 파탄에 이르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은
과거의 애틋함과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흘러
굳어진 껍질을 벗길 수 없었다.
애정이란 딤채에 담아두었다가 꺼낸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월은 약이기도 하지만,
변화에는 효소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임을 깨닫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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