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6)
검찰에서는 명훈 아빠가 대표이사로 되어 있는 회사의 자금의 흐름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명훈 아빠의 컴퓨터와 핸드폰이 모두 압수됨으로써 그 안에 들어있는 자료가 모두 검사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명훈 아빠가 여러 여자들과 주고받은 내용이 들어있어 수사관들이 읽어보면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야한 동영상과 여자 나체사진, 성관계장면을 다운받아 놓은 것도 있었다. 개인의 사생활이 속속들이 까발려지는 것이 수사과정이다.
이렇게 계속된 조사를 받다보니 명훈 아빠는 결국 지치고 말았다. 더 이상 모든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검사와 싸울 힘이 없어졌다. 검사는 일단 수사를 시작했으니 끝장을 보려고 마음 먹은 것같았다. 수사가 계속되니 회사는 엉망이 되었다.
직원들도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일부 직원은 자신도 문제가 될까 걱정이 되어서 그런지 사표를 내고 출근도 하지 않았다. 어떤 직원은 전화도 받지 않고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세상은 이렇게 비정한 것이었다. 명훈 아빠는 절망했다. TV를 켜니 승객과 승무원 157명을 태우고 에티오피아를 떠나 케냐 나이로비로 향하던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륙한 지 6분만에 추락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 때 한국에 파병을 했던 참전국이다. 명훈 아빠는 생각했다.
‘아! 사람의 운명은 저렇게 한 순간에 끝날 수 있구나. 그 비행기에 탔던 사람들은 아무도 그런 사고가 자신이 탄 비행기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라면 중산증 이상의 사람들일텐데, 얼마나 억울할까?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 그 슬픔과 아픔을 어떻게 견뎌내며, 또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명훈 아빠는 또 채널을 돌렸다. CCTV에서 어떤 남자가 오른 손으로 붉은 벽돌을 격파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대리석도 격파했다. 그의 손을 보여주는데 손도 크고 아주 딱딱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무에 대못을 박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나무에 대못을 조금 박아놓고, 오른 손 바닥으로 대못을 끝까지 박았다.
그 다음에는 오른 손 등으로 대못을 박는데, 망치로 자신의 오른 손 등을 쳐서 대못을 끝까지 박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여자는 9살 때 시작해서 18년 동안 훈련을 했는데, 네모난 유리 상자를 바닥에 놓고 뒤로 머리부터 박스 안에 들어가 온 몸을 구부려서 집어 넣었다가 다시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사람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명훈 아빠는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무엇인가? 아무 것도 아닌 존재였다. 오직 수사대상에 불과한 껍데기 존재였다.
명훈 아빠는 담당 변호사을 만나 진지하게 상의했다.
“변호사님. 일부 혐의사실을 자백하고 수사를 끝내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글쎄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예요. 검찰의 특별수사가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검사가 독하게 마음 먹고 계속 들이파면 골치 아픈 거예요.”
“그런데 제가 만일 일부 범죄사실을 시인하면 검사가 구속영장을 치지 않을까요? 구속되면 안 돼잖아요? 차라리 지금 단계에서 제가 어디 가서 숨어있으면 어떨까요? 지금 제 사건을 맡고 있는 박검사가 검사 정기인사 때 다른 곳으로 가면, 그때 나타나서 자수를 하면 어떨까요?”
“글쎄요. 다음 정기인사 때 분명히 주임검사는 다른 곳으로 갈 것은 같아요. 그러나 도망가면 지명수배가 되고 기소중지가 될 거예요. 그러면 회사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회사야 구속되나 도망가 있으나 힘들어 지는 건 마찬가지예요.”
두 사람은 이런 대화를 나누었지만, 현실에 있어 수사를 받다가 도망간다는 것도 어렵고, 구속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에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망한 사랑에 목숨 걸지 마라 (0) | 2021.03.10 |
---|---|
작은 운명 (27) (0) | 2021.03.10 |
작은 운명 (25) (0) | 2021.03.10 |
그리운 사람끼리 (0) | 2021.03.10 |
봄날에는 집에만 있으면 나른해지고 기운이 없어진다. (0) | 2021.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