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7)
명훈 아빠는 심지어 일본으로 출국해버릴까 생각도 했다. 마침 일본 동경에서 아는 여자가 식당을 하고 있었다. 명훈 아빠가 젊었을 때 자주 다니던 룸살롱의 마담이었는데, 서울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 특히 그 여자는 어떤 나이 많은 사장의 애인이 되어 1년을 지냈는데, 그 사장이 갑자기 암에 걸려 죽으면서 자신에게 최선을 다했던 마담에게 10억원을 주었다.
그 사장은 나이도 많았지만, 말년에 자식들이 열심히 살지는 않고, 형제간에 아버지 재산만 서로 탐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마담이 사장이 아플 때, 병문안을 자주 오고, 많은 위로를 해주었다. 마담이 돈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인간적으로 그 사장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것을 느낀 사장은 어차피 자식들에게 돌아갈 돈, 자신은 쓰지도 못하고 죽을 돈을 모두 자식에게 주는 것은 너무 아깝고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죽기 한 달 전, 사장은 마담에게 10억원이 들어있는 자신의 통장을 주면서 수표로 인출해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마담이 은행에 가서 수표로 10억원을 찾아다 사장에게 건네주자, 사장은 수표에 배서를 한 다음 마담에게 말했다.
“이 돈은 내가 자네를 위해 주는 것이니, 아무 부담 느끼지 말고 가지고 있어. 그동안 고생 많이 한 거 내가 알아.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도 알아. 이제 술집에는 나가지 말고 이 돈으로 장사나 하면서 살아. 그동안 나를 위해 열심히 병원도 와주고, 간호해준 거 잊지 않을게. 고마워. 정말.”
그런 다음 한 달이 지나서 사장은 세상을 떠났다. 마담은 문상을 가서 많이 울었다. 사장의 가족들은 젊은 여자가 문상 와서 슬프게 울고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마담은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사장의 가족보다 오히려 자신이 정말로 슬픈 사람이라는 사실에 ‘아 내가 정말 사장님을 인간적으로 좋아했구나. 정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담은 더 슬프게 울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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