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

어떤 사람이 억울한 고소를 당했다고 해서 변론을 맡은 적이 있다. 지방에서 일부러 나를 찾아온 사람이다. 그 지역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왜 서울까지 올라왔느냐고 했더니, 아무튼 꼭 나보고 변론을 맡아달라고 간청을 했다.

하는 수 없이 사건을 맡았다. 전화로 상의를 했지만, 그래도 직접 만나서 사건에 대한 심층적인 상의를 해야 했기에, 그 부부는 몇 차례 우리 사무소까지 올라왔다.

여러 차례 만나서 사건에 대한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을 때를 대비해서 예행연습을 많이 했다. 내가 검사의 입장에서 피의자들을 상대로 추궁하고, 답변을 하는 연습을 했다. 사건이 복잡하고, 피의사실이 워낙 많아 준비에 힘이 들었다.

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자신이 억울하다는 생각만 하지, 법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모른다. 고소인이 허위 또는 과장사실을 잔뜩 고소장에 써놓고 주장을 하면 혐의사실을 벗어나는 것이 윕지도 않다.

피의자들을 검찰에서 소환조사할 때 내가 일부러 지방으로 내려갔다. 변호인참여를 했다. 6시간 가까이 피의자신문이 있었다. 조사가 끝난 다음에도 검사는 몇 달 동안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있었다. 또 다른 추가고소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뢰인 부부는 노심초사했다. 자주 나에게 전화를 하면서 불안해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두 사람 모두 무혐의결정을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이 끝났기에 나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가디건 한 벌을 사서 선물로 내게 보내왔다. 그리고 고마웠다는 편지까지 함께 넣었다. 다 잊어버리고 있던 일이고, 변호사가 돈을 받고 변론했던 일인데, 아직도 세상에는 이런 훈훈함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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