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별에 묻어라
에버랜드 들어가는 길은 정말 화사했다. 길가에 자리잡고 있는 수많은 벚꽃들이 봄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 그루씩 정성들여 심어놓은 사람들의 손길을 떠올렸다. 처음 심을 때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봄날 이런 화려한 장면을 연출시키고 수많은 상춘객들이 감격하게 된다는 사실을.
벚나무의 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잎 하나하나에 사랑의 전설을 담고 있었다. 많은 연인들이 여기에 와서 저 꽃잎에 맹세를 했을 것이다. 영원히 변치 말자고. 우리 사랑이 끝나면 생을 마감하자고. 세월이 지나 그런 언약들이 지금은 길가에 뒹굴고 있었다. 한때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기억하면서 초라한 모습으로 낡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두워지면서 별이 뜨고 있었다. 반짝이는 별은 사랑의 상징이었다. 두사람의 운명을 별에 걸고 있었다. 떨어져 있을 때는 별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별이 뜨면 눈이 빛났고, 별이 지면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세월이 가면 우리의 사랑은 어떻게 자랄까?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 갸날펐던 사랑이 어떻게 뿌리를 내릴 것인지는. 그래도 믿었다. 믿음 이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으니까. 긴 여름 장마를 지내고 폭풍우까지 맞은 세월의 흐름 속에 사랑은 상처를 입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 곳에서도. 산과 들과 강 어디에서도.
그들은 몹시 실망했다. 그 아름답던 사랑을 찾을 수 없다니. 어디에서 찾을까? 먼 훗날 그들은 사랑을 맹세했던 그 별에서 사랑을 발견했다. 사랑은 거기에 묻혀 있었다. 아름답게 태어났던 사랑이 끝날 때에는 아무데나 버리지 말라. 사랑은 처음 맹세했던 별에 묻어라. 에버랜드의 눈부신 벚꽃을 보면서 깨달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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