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젖으며

화창한 봄날에는 집안에 있기가 답답하다. 모두들 무언가 꿈틀대고 있는 것 같아서다. 혼자 조용하게 있으면 침체되는 것 같다. 생명보다는 죽음에 가까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밖을 기웃거리게 된다. 새싹이 돋아나거나 꽃이 피는 곳으로 가깝게 간다. 이 모든 게 살아있다는 증거며 현상이다.

미사리 뚝방에서 강물을 바라보았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계절에 관계없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주변에는 예쁜 풀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다. 생명이란 그렇게 표현되어야 하는 것인가 보다.

부근에는 개나리꽃이 한무더기 피어있다. 화사한 외출복을 입고서 고급 파티에 가려는 모습이다. 작은 풀들은 기가 죽을까? 아니면 아무 상관없이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있을까?

개나리는 개나리고 풀은 풀이다. 서로의 무관심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일상에 바쁘고 열심이다 보니 주위의 대상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봄날에 우리는 외모보다는 내면에 있는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봄날 대청소를 해야겠다. 마음 속에 있는 묵은 때를 벗기고, 착하고 순수하게 고급 인테리어 공사를 대대적으로 해야겠다. 우리 마음이 더 무뎌지고 둔감해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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