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②
은영은 부회장 일행과 일본 도쿄로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출장을 갔다. 가서 은영이 하는 일은 그냥 부회장 일행을 따라 다니는 일이었다. 특별히 차심부름을 할 일도 없었다. 주로 호텔 비즈니스품에서 회의를 하고, 거래 업체 회사를 방문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데 동석하는 것이 전부였다.
출장 일정 마지막 날 밤에, 부회장은 갑자기 은영을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했다. 어떤 서류를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국에 가서 약을 사다달라고 했다.
술을 많이 마시고 속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부회장은 원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었다. 담배도 계속 피웠다. 나이는 60살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돈이 많아 서울에서 최상류층에 속했다. 부인도 미인이라고 들었고, 자녀들도 모두 출세해서 떵떵거리고 사는 집안이었다.
은영은 부회장의 심부름이 못마땅했다. 같이 따라간 남자 직원도 있는데, 왜 하필 여자인 자신을 호텔방으로 오라고 하고, 약을 사가지고 오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은영은 부회장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룹의 부회장이란 막강한 자리다. 모든 사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남자 직원들은 부회장 앞에 가면 벌벌 떨었다.
부회장은 성격이 급하고 무서운 사람이었다. 직원들이 조금만 잘못하면 큰소리로 난리를 치고, 심지어는 재떨이를 집어던지기도 했다는 전설이 있다.
가난한 집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의지가 강했고, 그룹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었다.
은영이 부회장의 지시대로 약국에 가서 약을 사가지고, 요구한 서류를 가지고 호텔방으로 갔다. 부회장은 목욕가운만 걸치고 있었다. 은영은 민망했다. 호텔방에서 남자와 단 둘이 있는데, 그것도 목욕가운만 입고 쇼파에 앉아 있으니 경우가 없는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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