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④

‘아니. 부회장님. 이러시면 안 돼요. 이러지 마세요.“ 은영은 애원했다. 하지만 부회장은 큰 덩치로 은영을 침대에 눕혔다. 심한 폭행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니 은영은 적극적으로 반항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좋아서 자발적으로 침대에 누운 것도 아니었다. 부회장은 불을 껐다. 그리고 은영을 껴안고 있었다.

은영은 기가 막혔다. 다른 사람 같으면 발버둥을 치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 저항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함께 출장을 간 남자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호텔 프론트 데스크로 전화를 해서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로밍해 간 핸드폰으로 남자 친구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은영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냥 공황상태에 있었다.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부회장은 은영을 침대에 눕히고, 애무를 시작했다. 은영은 정말 싫었다. 소름이 끼쳤다.

서른 살밖에 되지 않은 은영을 60살이 넘은 부회장이 애무를 하니 징그러웠다. 그냥 자포자기 상태에서 당하고 있었다. 부회장은 술에 취해서인지 오래 성관계를 하지는 않았다. 일을 마치고,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해. 너무 예쁘고 매력적이어서 내가 참지 못했어. 정말 미안해, 이해해 줘.”

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일어나 옷을 입고 자신의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부회장의 것을 샤워로 깨긋이 털어냈다. 은영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동경의 밤은 조용했다.

속이 상했다. ‘내가 이렇게 당하다니. 정말 이상해. 왜 강하게 뿌리치지 못했을까? 싫다고 거부하지 못했을까?’

이튿 날 아침, 은영은 방에서 나가지 않고 있었다. 호텔 식당에서 조식을 한다며, 같은 일행 남자 직원들이 내려 오라는 것을 몸이 아파 아침 식사는 하지 않겠다고 핑계를 댔다.

하지만 식사 후의 다른 일정에는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부회장 일행과 일을 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은영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이렇게 억울하게 당한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남자 친구에게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만일 이야기하면 난리를 칠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말할 수도 없었다. 가까운 친구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충분히 거절하고 반항했으면 부회장이 폭행이나 협박을 해서 강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내가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혀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당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하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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